[1]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집으로 하나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밤이
내 앞에 다시 다가오는데
[2] 이젠 잊어야만 하는 내 아픈 기억이 별이 되어 반짝이며 나를 흔드네
저기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의 커다란 울음으로도 달랠 수 없어
나는 왜 여기 서있나 오늘 밤에 수많은 별이 기억들이
내 앞에 다시 춤을 추는데
[3] 어디서 왔는지 내 머리 위로 작은 새 한 마리 날아가네
어느새 밝아온 새벽 하늘이 다른 하루를 재촉하는데
종소리는 맑게 퍼지고 저 불빛은 누굴 위한 걸까
새벽이 내 앞에 다시 설레이는데
1.
이맘때 비 오는 날은
우리 ‘농부’들에게 쉬는 날입니다.
비가 세차게 오는군요.
어제 엔진이 달린 분무기를 운 좋게 수리한 후
오늘 아침에는 교회 뜰로 ‘출격’하려고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
대신, 마음을 달래주는 노래 하나 올립니다.
들국화의 “사랑한 후에”(1988년)입니다.
2.
프랑스혁명에 대한 가사를 가진, 알 스튜어트(Al Stewart)의 “베르사유 궁전”(The Palace of Versailles, 1978년)을 전인권이 리메이크하고 가사를 새로 썼습니다. 원곡은 16세기 영국 종교음악가 윌리엄 버드(William Byrd)의 곡이라고 합니다.
“사랑한 후에”가 너무나 한국적이어서 저는 전인권이 작곡한 줄 알았습니다. 인생의 ‘근원적인’ 슬픔과 한(恨)이 전인권의 판소리 창법으로 품어져 나와서 그렇게 느꼈던 모양입니다. 3절로 이루어진 가사도 한 편의 훌륭한 시(詩)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듯 연인과의 이별을 슬퍼하는 가사가 아닙니다. 어머니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 이것을 기독교 신앙에 의지하여 수습하려는 시도(근거가 있습니다)가 들어있습니다.
1절의 상황은 해가 저물 때 다른 아이들은 집에 들어가지만 화자는 그러한 집이 없어 거리에서 서성이는 모습입니다. 저녁에 들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집의 소중함을 슬프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2절을 보면 화자가 처한 상황이 드러납니다. 전인권에 의하면 어머니를 여읜 후 쓴 가사라고 합니다. 그때 수없이 터지는 내면의 울음소리는 달리는 기차 소리보다 큽니다. 어머니와 관련된 기억들이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이러한 배경을 보면 1절에서 갈 집이 없다는 것은 어머니가 기다리는 집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3절에서는 화자가 다시 마음을 추스립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묘한 위로를 줍니다. 밤을 지새우고 점점 새벽이 열리는데, 멀리 교회 종소리가 들리고 아련히 십자가가 보입니다. 작은 새 한 마리, 새벽 하늘, 종소리, 불빛 등에서 살아내야 할 오늘에 대한 희망이 보입니다.
3.
‘명절에 더 슬픈 사람들’ - 가끔 저희 아버지가 언급했던 표현입니다. 당시 한국신학대학에는 북에서 홀로 월남한 학생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추석에 다른 학생들 고향에 갈 때 홀로 기숙사에 남아있어야 하는 처지를 생각해보십시오. 남한이 고향인 학우들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가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에 오히려 슬퍼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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