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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3일 (금) 일점일획_"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에 대한 묵상(우진성)(IBP)
2026-04-02 23:22:13
묵상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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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에 대한 묵상

우진성

갈라디아서에는 널리 알려진 감동적인 구절들이 많다. 3장 1절 말씀은, 그들 중에 잘 끼지 못하고 별로 주목도 받지 못한 구절이다. 그런데 잘 읽어보면 깊은 감동이 있는 한 구절의 말씀이다.  

 

어리석은 갈라디아 사람들이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모습이 여러분의 눈 앞에 선한데, 누가 여러분을 홀렸습니까? (새번역)

 

어리석도다 갈라디아 사람들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이 너희 눈 앞에 밝히 보이거늘 누가 너희를 꾀더냐? (개정개역)

 

이 말씀은 갈라디아교회의 성도들에 대한 바울의 비판이요 한탄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피흘려 전하신 복음을 영접하였지만, 다시 율법으로 너무 쉽게 돌아간 것을 두고 하신 말씀이다. 

새번역과 개정개역, 두 번역 사이에 큰 차이가 없지만 한글을 더 맛스럽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새번역이 조금 더 나은 번역이라 하겠다. 특히 영어 성경에서 "publicly portrayed"로 번역된 헬라어 προγράφω(프로그라포)를 "(눈 앞에) 선한데"로 번역한 것은 탁월한 솜씨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프로그라포는 말 그대로 "프로 = 앞에"와 "그라포 = 그리다"의 합성어로, "(눈 앞에) 그리다"는 뜻인데, 그걸 "(눈 앞에) 선한데"로 번역하여 바울 사도의 심정을 절절히 표현하였다.  

좋은 번역이지만, 번역에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이 구절에 나오는 Ιησοῦς Χριστὸς ἐσταυρωμένος(이에수스 크리스토스 에스타우로메노스)는 성경에 이 구절 포함하여 다섯 번 등장하는 표현으로, 초대교회의 케리그마를 요약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고전 1:23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전합니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것은 유대 사람에게는 거리낌이고, 이방 사람에게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고전 2:2   나는 여러분 가운데서 예수 그리스도 곧 십자가에 달리신 그분 밖에는, 아무것도 알지 않기로 작정하였습니다.

 

막 16:6   그가 여자들에게 말하였다. "놀라지 마시오. 그대들은 십자가에 못박히신 나사렛 사람 예수를 찾고 있지만, 그는 살아나셨소. 그는 여기에 계시지 않소. 보시오, 그를 안장했던 곳이오.

 

마 28:5   천사가 여자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너희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찾는 줄 안다." 

 

신약의 말씀에 예수와 십자가를 연결하는 구절은 많이 있다. 복음서의 수난이야기는 물론이고, 바울 서신에도 여러 구절이 나온다. 예를 들면 고린도전서 1:13, 17, 18, 2:8, 고린도후서 13:4, 갈라디아서 5:11, 24, 6:12, 14, 17, 빌립보서 2:8, 3:18, 골로새서 1:20, 2:14, 에베소서 2:16 같은 곳 말이다. 

그러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라는 표현은 위에 명기한 구절들이 보여주듯이, 비록 소소하게 다르지만, "십자가에 못박다"는 뜻의 σταυρόω(스타우로오) 동사의 완료분사 중간태 형태인 ἐσταυρωμένον(에스타우로메논)이 예수와 함께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정형화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정형화 되지 않은 위의 여타 구절과는 구별된다. 갈라디아서 3장 1절 역시, 정형화된 표현을 담은 위의 네 구절과 같은 표현을 담고 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이 표현은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와 연결하는 초대교회의 아주 분명한 기독론적 고백인 것이다.  

그렇다면, 갈라디아서 3장 1절의 Ιησοῦς Χριστὸς ἐσταυρωμένος를 번역할 때에도, 이 표현이 초대교회의 정형화된 기독론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다른 네 구절과 같은 방식으로 번역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모습이 여러분의 눈 앞에 선한데" 대신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한데"라고 말이다. 

같은 헬라어 표현을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로 번역하는 것이 나을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라고 하는 것이 나을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딱 부러지게 한 쪽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할지라도, 이 표현이 초대교회에서 정형화된 표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표현이 나오는 다섯 구절의 표현을 하나로 통일하면 좋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십자가에 달리신"을 선호한다. "못 박히신"에서는 "못"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여 십자가 이미지를 압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신약에 나오는 예수님에 대한 기독론적 칭호는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주(Lord), 그리스도(Christ 메시아), 구원자(Savior) 정도가 아닐까? 이런 기독론적 칭호들은 모두 "예수께서 죽음을 이기고 살아나셨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부활하신 이후의 예수를 묘사하고 있기에 모두 영화로운 기독론이고 높아진 기독론이다. 

그런데 이런 영화로운 고백이 있기 전에, 이런 칭호들과는 동떨어진 낮디 낮은 예수에 대한 고백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말이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기독교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높아진 주님과 그리스도로 고백되기 전 예수는, 철저하게 인간적인 고뇌와 아픔, 약함과 억울함, 모든 비극적 희생자들의 죽음을 오롯이 껴안은 슬픈 죽음을 죽으셨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 분을 묵상하자.  그래야, 우리가 잘못 살고 있을 때,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눈 앞에 선히 보고 다시 돌이킬 수 있지 않겠는가?    

https://ibp.or.kr/wordspostachio/?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Mjc7fQ%3D%3D&bmode=view&idx=8570376&t=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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