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연한 십자가
오늘날의 “종교가 타락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역시 오늘날의 종교가 거룩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어느 시대든지 타락한 종교인도 있고 훌륭한 종교인도 있다. 사람들은 종교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자신이 접하는 극히 일부를 보고 종교가 타락했느니 거룩하다느니 판단을 한다.
일반 대중으로서 타락한 종교인을 접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역시 거룩한 종교인을 접하는 경우도 흔하지 않다. 혹 접한다 하더라도 그가 정말 타락한 종교인인지 거룩한 종교인인지 잘 구별하지 못한다. 타락한 종교인일수록 자신을 합리화하고 자신을 거룩하게 포장하는데 능하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그 시대 사람들은 그 시대가 타락했다고 한다. 역사상 그 시대가 거룩했다고 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말하기를 “세상이 점점 악해져 간다.”고 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평가는 –늘 그랬기 때문에- 역시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국교회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윤리적으로 타락했다고 한다. 신학적으로 무지하다고 한다.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맘몬을 섬긴다고 한다. 배타적이라고 한다. 교회가 많다고 한다. 강압적 선교를 한다고 한다. 약자보다 강자 편에 서 있다고 한다. 정치적이라고 한다. 교회를 사유재산처럼 세습한다고 한다. 이러한 교회에 대한 비난들은 나름 일리 있는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옳은 지적은 아니다. 교회의 타락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든지 또한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 마땅한 거룩한 이들이 있음도 알아야 할 것이다. 교회 역사상 온전히 거룩한 때도 없었지만 온전히 타락한 때도 없었다. 빛과 그림자는 공존한다.
대중의 비난과 칭찬을 교회개혁의 주제로 삼을 수는 없다. 대중의 칭찬과 비난이야 말로 허망한 것, 대중의 요구에 부화뇌동하다 보면 결과는 오히려 정체성의 상실이다. 때로는 대중의 칭찬을 무가치한 것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하고 대중의 비난에도 당당할 수 있어야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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