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복음서로 알려진 마가복음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1:1)는 선포로 시작되듯이 기독교 복음의 핵심은 예수를 그리스도(Χριστός)로 고백하는 것이다. 그리스도(Χριστός)는 히브리어의 메시아흐(מְשִׁיחַ)에 대한 헬라어 번역이다.
메시아는 히브리어 동사, 마샤흐(מָשַׁח)에서 유래된다. 동사 마샤흐(מָשַׁח)는 구약에 69번 언급된다. 마샤흐(מָשַׁח)는 네 가지 신학적 의미를 가진다. (TWOT, 1255) 첫째로, 어떤 사람이나 어떤 물건에게 기름을 바르는 것은 하나님을 섬기는 데 쓰기 위해 구별하여 거룩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출 29:36; 30:26-28; 40:9-11; 레 8:10-11; 16:32 등) 대상에는 장소도 해당되는 데, 야곱은 베델에 있는 기둥에 기름을 부었다.(창 28:18) 둘째로, 사람에게 기름을 부어 그 사람은 하나님의 선택을 받아 특별한 존경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세째로, 기름 부은 자에게 하나님의 권능 부여가 동반되었음을 의미한다. 기름부음을 받는 사람으로는 왕(삼상 15:17; 삼하 12:7; 왕상 1:39)이 가장 많고, 시편 105:15와 사울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유다지파 출신의 왕에게 적용되었다. 그 외에 제사장(출 28:41; 29:7; 30:30;40:13,15; 레 4:3,5, 16; 6:22; 7:36; 8:12; 16:32)과 예언자(왕상 19:16; 사 61:1; 시 105:15)가 포함된다. 넷째로, 장차 올 약속된 구원의 성취자로서의 메시야를 의미한다.
위의 네 가지 신학적 의미에서 주목할 대목은 기름부음 받은 이스라엘의 인물과 장차 올 약속된 구원의 성취자로서의 메시아 사이의 차이이다.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기름부음 받은 왕, 제사장, 예언자는 마샤흐(מָשַׁח) 동사에서 유래된 명사의 절대형인 마시아흐(מָשִׁיחַ)이다. 이들 마시아흐(מָשִׁיחַ)는 자신의 받은 소명대로, 왕으로서 하나님과의 언약을 지키고, 계명과 율법에 따라 백성을 다스리는 직무를 수행하거나, 제사장으로서 언약이 파기되거나 계명과 율법을 어길 경우 제의를 통해 언약이 회복되도록 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장차올 약속된 구원과 종말적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성취할 메시아는 절대형 명사가 아닌, 연계형 명사인 메시아흐(מְשִׁיחַ)이다. 즉 절대형 명사 마시아흐(מָשִׁיחַ)와 달리, 메시아흐(מְשִׁיחַ)는 다른 명사에 연계된(종속된) 존재이다. 마시아흐와 연계되는 명사는 야웨(시 2:2; 단 9:25-26) 혹은 [야웨의] 영이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메시아 사상이 히브리어 연계형 명사에서 이름 붙여진 것은 신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즉 종말적 구원을 성취하고 하나님의 구원 역사의 대행자로서, 메시아는 전적으로 하나님께 속한(연계된) 존재이다.
구약성서에서 연계형 메시아흐(מְשִׁיחַ)를 취하여 하나님의 백성을 구원하기 위한 도구로 묘사된 최초의 인물은 이사야 45장 1절의 고레스이다. 고레스는 페르시아의 왕이면서도 하나님의 구원의 도구로 기름부음 받은 메시아로 불리운다. 그 외에 제왕시인 시편 2:2과 132:10, 그리고 다니엘 9:25-26에 하나님의 기름부음 받은 자가 다가올 하나님 나라의 구원과 통치로 연결되어 언급된다. 초대교회 공동체는 예수를 메시아이며 구원의 성취자라고 선포한다.(요 1:41; 행 10:38)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고백하는 기독교의 메시아는 왕적 존재보다는 예언자로 기름부음을 받은 메시아흐(מְשִׁיחַ)에 더 가깝다. 마샤흐(מָשַׁח) 동사가 예언자를 대상으로 하는 본문으로는 열왕기상 19:16(엘리사), 이사야 61:1(종), 시편 105:15이 있다. 이사야 61장은 예수님이 자신의 취임연설(눅 4:16-20)에서 인용한 구약 본문이기도 하다. 특별히 시편 105:15는 나의 메시아(מְשִׁיחִי)와 나의 예언자(נְבִיאַי)를 동의평행구로 병행시키고 있다.
“너희는 손대지 마라, 나의 기름부음받은 사람들에게(בִמְשִׁיחָי)!
나의 예언자들에게(לִנְבִיאַי) 해코지하지 마라!” (새한글성경)
또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질문했을 때(마 16:13-28; 막 8:27-9:1; 눅 9:18-20), 어느 누구도 예수님을 왕과 비유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엘리야, 예레미야, 또는 한 예언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베드로가 예수를 “주는 그리스도”라고 선언할 때도 '그리스도'의 메시아성은 왕적 존재로서 보다 예언자적 존재로서 기름부음 받은 자로 이해되었다. 십자가 도상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은 왕으로 군림하기보다도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체제의 예언자적 개혁과 율법 정신의 완성과 실천을 강조하는 사역을 하셨다.
구약의 신앙전통에서 살펴본 마시아흐(מָשִׁיחַ)와 메시아흐(מְשִׁיחַ)의 차이를 통한 묵상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겸손한 신앙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에 속한(연계된) 선택된(기름부음 받은) 성도이다. “내”가 “그리스도”라고 주장하는 자는 모두 이단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에 메임받은 종으로서 겸허하게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참여하고,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신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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