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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성소(聖所) - (이승정)
2026-03-29 13:43:54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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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성소(聖所)

요한복음 4장 21 - 24절
21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내 말을 믿으라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
22 너희는 알지 못하는 것을 예배하고 우리는 아는 것을 예배하노니 이는 구원이 유대인에게서 남이라
23 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24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


어머니의 성소(聖所)
                 고진하


장독대의 항아리들을
어머니는 닦고 또 닦으신다.
간신히 기동하시는 팔순의
어머니가 하얀 행주를
빨고 또 빨아
반짝반짝 닦아놓은
크고 작은 항아리들……

(낮에 항아리를 열어놓으면
눈 밝은 햇님도 와
기웃대고,
어스름 밤이 되면
달님도 와
제 모습 비춰보는걸,
뒷산 솔숲의
청설모 다람쥐도
솔가지에 앉아 긴 꼬리로
하늘을 말아 쥐고
염주알 같은 눈알을 또록또록 굴리며
저렇게 내려다보는걸,
장독대에 먼지 잔뜩 끼면
남사스럽제……)

어제 말갛게 닦아놓은 항아리들을
어머니는 오늘도
닦고 또 닦으신다.
지상의 어느 성소인들
저보다 깨끗할까

맑은 물이 뚝뚝 흐르는 행주를 쥔
주름투성이 손을
항아리에 얹고
세례를 베풀 듯, 어머니는
어머니의 성소를 닦고 또 닦으신다.


-- 시인이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시나요? 
시간을 쪼개어 사는 직장인의 눈으로 보면 팔순 노인의 행주질은 부질없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팔순이 넘어서도 빨고 또 빤 행주를 가지고 날마다 장독대의 항아리를 말갛게 닦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시인의 눈에는 거룩하게 보였습니다.
시인의 눈에 비친 어머니의 행주질은 마음을 닦는 수행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시인은 진정한 ‘성소(聖所)’는 거룩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팔순 넘은 어머니의 거룩한 행위가 일어나는 장독대는 어머니의 성소이었습니다.

시인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룩한 성소를 어머니의 행주질을 통해 보여줍니다.
‘성소(聖所)’는 교회의 성전, 성당의 성전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만물이 성소가 될 수 있고 이 땅의 모든 곳이 성소가 될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행주질이 이루어지는 곳, 바로 그곳이 거룩한 성소(聖所)입니다.
그리고 거룩한 성소(聖所)는 특별한 계시의 장소가 아니라 일상의 장독대입니다.
진실된 마음으로 하나님을 기억하여 행동하면 잠을 자는 내 집이, 가족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이, 가족들의 생활을 책임지고 일하는 일터가, 미래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학교가, 힘든 이웃과 함께하는 장소가 ‘성소(聖所)’로 변화됩니다.
어디든지 진실된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나면 그 자리에서 하늘이 땅과 이어지고, 이 땅의 찬양이 하나님께 드려지고, 하나님과 내 영혼이 이어지는 거룩한 성소(聖所)인 것을 알게 됩니다.

예배드리는 장소를 굳이 따지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내 말을 믿어라.  사람들이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에 ‘이 산이다’ 또는 ‘예루살렘이다’ 하고 굳이 장소를 가리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것이다.(공동번역 성경 요한복음 4장 21장)”
고진하 시인은 이 예수님의 말씀을 팔순 넘으신 어머니의 행주질을 통해 장독대가 어머니의 예배가 이루어지고 하늘과 땅이 이어지는 일상의 성소, 거룩한 성소(聖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聖)과 속(俗)는 구별되니 구별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자의 행동입니다.
성소(聖所)는 모든 일터에서, 모든 자리에서, 모든 시간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듯 진실하게 행동할 때 발견되고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성스러운 장소와 삶이 별것 있습니까?
그릇을 깨끗이 닦아 밥을 먹이는 가정주부의 손길과 훈련 후 총기를 손질하는 병사의 손길과, 취업 시험을 앞두고 두 손을 모으고 심호흡하는 취업생의 모습과 직장을 향하기 위해 넥타이를 매는 그 손길이 거룩한 행동이고 그 자리가 거룩한 성소가 아니겠습니까?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이 글을 읽는 자리가 성소로 드러나는 생활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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