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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8일 (금) 일점일획_므깃도(מְגִדּוֹ)에 대한 묵상(김창주)(IBP)
2026-05-07 20:05:26
묵상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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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깃도(מְגִדּוֹ)에 대한 묵상(김창주)

그리스어 아마겟돈(Ἁρμαγεδών)은 성경에 단 한 차례 나온다(계 16:16). 인류 최후 전쟁에 대한 공포심 때문인지, 영화나 게임 산업의 영향력 때문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는 세계 종말에 있을 마지막 전쟁터라는 상징과 인류 멸절에 대한 공포가 동시적인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겟돈이 유다 왕 요시야가 전사한 므깃도와 관련된다고 설명하면 사람들은 갸우뚱하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후자가 역사적 물리적인 장소라면 전자는 종말론적 비물리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둘의 차이는 확연하다. 둘 사이에는 굴곡진 이스라엘의 오랜 역사와 예언자들의 깊은 신학적 사유가 녹아 들어 있다. 우선 므깃도의 지리적 환경을 살피는 데서 시작하자.

 

1. 역사적인 맥락

므깃도는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를 잇는 팔레스틴의 국제 군사도로 비아 마리스(via maris)의 요충지로서 양측의 세력이 빈번하게 충돌한 곳이다. 이집트가 강성할 때 므깃도는 아시아 출정의 길목이었고 반대로 메소포타미아 세력이 분출하면 아프리카 정복의 길목이 되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원전 15세기 이집트 바로 투트모세 3세의 원정과, 기원전 609년 바로 느고의 북진과 유다 왕 요시야의 충돌을 들 수 있다. 유다의 독립을 꿈꾸던 요시야는 바로 느고의 아시아 원정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느고는 앗시리아 출정이라며 유다를 회유했으나 요시야는 강대국의 술수라고 믿고 끝까지 싸우다가 므깃도 골짜기에서 전사하였다(왕하 23:29). 그리하여 이곳은 의로운 왕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장소로 기억되었다. 한편 1차 세계대전 때 에드먼드 엘런비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은 므깃도 일대에서 오스만 군을 물리쳤다(1918. 9. 19). 후에 마지막 므깃도 전투’(Battle of Megiddo)라고 명명된 싸움에서 영국은 승리를 거두어 팔레스틴의 통치권을 확보하였으며 유대인의 국가를 세울 수 있는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한다. 이로써 므깃도는 현대 이스라엘의 탄생을 이끌어낸 전투 공간이라는 강력한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2. 고고학적 증거

국제법상 이스라엘의 수도는 ‘텔 아비브’이고 므깃도의 현대 지명은 ‘텔 므깃도’다. ‘텔’은 역사적으로 수십 차례 반복적으로 재건된 ‘인공 언덕’이다. 이스르엘 평지에서 ‘텔 므깃도’ 국립공원을 보면 거대한 봉분처럼 보이지만 화산이나 지질 활동으로 형성된 산이 아니다. 인근 10km이내에 산이라 부를 만한 언덕이 없고 높이는 겨우60m를 넘는다. 그러나 주변의 시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어와 감시에도 유리한 지형이다. 므깃도는 잦은 전쟁과 화재, 더러 지진 등에 의해 붕괴되면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그 위에 도성을 거듭 쌓아 올렸다. 그 결과 현재 지층이 대략 20~26겹의 고고학적 층위가 확인되고 있다. 므깃도의 인공 언덕은 전략적 위치로 인한 정복과 재건이라는 역사적 함축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텔 므깃도는 기원전 3천년경 청동기 가나안 도시국가의 형성부터 페르시아 시대까지 고대 근동 도시 발달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3. 문법적 해석

아마겟돈은 ‘할렐루야’처럼 한 낱말로 들리지만 ‘므깃도 산’을 뜻하는 히브리어 ‘하르’(Ἁρ)와 ‘마겟돈’(μαγεδών)의 그리스어 음역이다. 성경에 ‘아마겟돈’은 신약에 한 번, 구약에는 ‘므깃도’로 표기되어 전문가가 아니면 둘 사이의 관련성을 알아 차리기 쉽지 않다. 구약에 므깃도(מְגִדּוֹ)와 므깃돈(מְגִדֹּון)으로 각각 11차례와 1 차례 나온다(슥 12:11). 한글성경은 후자를 ‘므깃도’ 또는 ‘므기또’로 옮겨 정확한 본문을 그대로 옮기지 못한다. 사실 히브리어 고유명사 표기가 항상 일관되게 기록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히브리어 모음이 후대에 확정되었을 뿐 아니라 전승 과정에서 다수의 필사자가 참여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므깃도의 어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아람어 가다드(גדד), 또는 히브리어 ‘가다’(גדה)는 ‘자르다, 찍다, 깨뜨리다, 뚫고가다’ 등을 뜻하고(사 14:12-13; 렘 50:23) 여기에서 아마겟돈을 ‘살육의 산’(destroying mountain)으로 해석할 근거가 된다(렘 51:25). 둘째는 아마겟돈이 요한계시록의 언급대로 히브리어 므깃도의 그리스어 음역일 가능성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70인역>은 므깃도를 일곱 가지 다른 형태로 표기해 독자의 혼선을 가중시킨다. ① Magedon(수 12:21; 삿 1:27 [그리스어 추가본문]; 왕하 9:27; 대하 35:22), ② Magedw(삿 1:27), ③ Mageddw(수 17:11; 삿 5:19 [그리스어 추가본문]; 왕하 23:29, 30, 대상 7:29), ④ Mekedw(왕상 4:12), ⑤ Megeddw(삿 5:19), ⑥ Mageddwn(왕하 9:27) ⑦ Magdw(왕상 2:35 [그리스어 추가본문]) 등이다. 한편 <70인역> 이사야 10장 28절의 Magedw(마게도)가 나오는데 마소라 본문은 ‘미그론’이다. 한글성서와 대부분 번역도 마게도 또는 마겟돈이 아니라 미그론을 따른다.

요한계시록의 아마겟돈은 일반 명사 ‘산’과 고유명사 ‘므깃도’를 결합한 명칭이다. 그러나 이스르엘 평지의 므깃도 부근에 산이 없기 때문에 므깃도 ‘산’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대신 므깃도 골짜기(בִקְעַת מְגִדֹּו)는 두 차례 언급된다(대하 35:22; 슥 12:11). 역대기사가는 요시야의 비극적인 죽음이 ‘므깃도 골짜기’에서 벌어졌다고 기록하고, 스가랴는 므깃도 골짜기 하다드림몬의 애통 같은 슬픔을 예견한다. 하다드림몬(הֲדַדְ־רִמֹּון)에 관한 논의는 많으나 아직까지 일치된 해석은 없다. 하다드는 우가릿의 신 바알의 다른 이름이다. 가을 수확이 끝나면 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제의가 거행된다. 하다드림몬의 애통이다. 이렇듯 죽고 다시 태어나는 의식을 통하여 풍요와 영생을 기원한다. 스가랴는 여기에 요시야의 비극적 죽음을 애도하며 의로운 왕의 종말론적 부활을 투영한 것이다.

 

4. 이본합성

‘므깃도의 산’ 아마겟돈에는 사도 요한의 종말론적 해석이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요한이 ‘므깃도 골짜기’라는 친숙한 표현 대신에 ‘므깃도 산’으로 묘사한 것은 그의 세밀한 신학 이론에 기인한다. 사도 요한은 출처가 다른 본문을 한 데 묶는 이본합성(conflation)을 곧잘 활용한다. 예컨대 요한계시록 4장 6-8절은 에스겔 1장과 이사야 6장의 스랍을 결합한 것이고, 요한계시록 22장 1-3절의 생명수 강은 에스겔 47장과 스가랴 14장을 이은 내용이다. 이렇듯 사도 요한은 구약성서의 구절들을 자유롭게 연결하여 종말론적 논리를 세웠다. 따라서 그가 구약의 므깃도 골짜기 대신 ‘므깃도 산’으로 표기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에스겔 38-39장의 최후 전쟁이 ‘이스라엘 산’ (הָרֵי יִשְׂרָאֵל)에 일어날 것과 스가랴 12장의 통곡이 ‘므깃도 골짜기’(בִקְעַת מְגִדֹּון)에서 벌어질 것을 떠올리며 로마 제국의 멸망과 최후의 심판을 묵시적으로 그린 것이다. ‘하르 므깃도’ 곧 ‘아마겟돈’은 이스라엘의 '산'과 '므깃도' 골짜기를 연결한 이본합성이다. 에스겔의 곡과 마곡에 임할 ‘이스라엘의 산’의 종말론적 전쟁(겔 38:8; 39:2,4,17)과 므깃도 골짜기의 통곡을 절묘하게 연결한 것이다. 그러므로 ‘므깃도의 산’ 곧 ‘아마겟돈’은 현실에 없는 공간이며 거대한 제국의 최후 멸망이 일어날 상징성을 확보한다.

므깃도가 고대 ‘해변길’이자 이스르엘 평원의 역사적 기억의 장소라면, ‘므깃도의 산’ 아마겟돈은 최후 전쟁이 벌어질 초역사적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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