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향기>정욕
2011-06-13 15:39:27
김주한
조회수 4295
김주한(한신대 교수, 교회사학)
사막 수도사들이 무척 견디기 힘든 어려운 일 중의 하나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는 일이었다. 독신으로 외딴 사막에 홀로 생활하면서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는 일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수도사들도 화석 같은 존재가 아닌 바에야 이성을 향한 성욕이 불타오르기는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수도의 높은 경지에 오르면 오를수록 육체의 정욕은 더욱 들끓어 올랐다. 그래서 수도사들은 육체의 정욕을 다스리기 위한 갖가지 방법들을 동원했다. 정욕을 다스리는 제일 좋은 방법으로는 정욕에 대해 경계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남자 수도사일 경우 여자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남자 수도사들은 여자 생각을 아예 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곤 했지만 그렇다고 성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알렉산드리아 수도사 키루스(Cyrus)는 이렇게 조언했다. “성에 관한 생각을 없애려는 노력보다는 아예 성에 대한 의식을 분명히 하는 것이 더 낫다. 왜냐하면 성에 대한 특별한 경계의식이 없이는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은 반면에 차라리 늘 의식하고 있으면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경계의식도 함께 있어서 유혹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사들이 정욕을 이기는 또 다른 방법은 힘든 육체적인 노동을 통해서였다. 육체적인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발산하게 함으로써 정욕에 물든 생각을 죽이고자 했다. 어떤 사람이 원로에게 물었다. “제겐 어째서 부정한 유혹이 생길까요?” 그러자 그 원로는 대답했다. “너무 먹고 너무 자기 때문이야.” 초대 교회 유명한 교부 오리겐은 정욕을 이기기 위해 침대에서 자지 않고 땅 바닥에 잤고 나중에 스스로 고자가 되기도 했다.
아주 수련이 잘된 수도사들에겐 이런 훈련들을 통해 정욕을 극복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되었지만 훈련 초기에 있는 수도사들은 여전히 정욕의 문제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젊은 수도사 유대몬(Eudemon)은 아바 파푸누티우스의 독방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다. 이유는 유대몬이 여자처럼 얼굴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집트 나일강 상류 지방에 유명한 한 수도사가 살고 있었다. 한 여인이 나쁜 생각이 들어 이 수도사를 타락시키기로 하고 사람들과 내기를 했다. 길을 잃은 척 하며 그 수도사의 방문을 두드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악마가 그 수도자의 마음을 흔들어 정욕이 일어나게 했다. 그 수도자는 정욕을 이기기 위해 방에 불을 켜고 그 불에 자신의 손가락이 다 탈 때까지 내버려 두었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 만큼 정욕의 불길이 컸었다. 날이 밝을 때까지 이렇게 해서 그의 손가락이 다 타게 되었다. 이 여자는 이런 무서운 장면을 목격하고는 몸이 굳어져 버렸다.
순결하게 산다는 것은 연로한 노 수도사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소에스 교부의 제자인 아브라함이 어느 날 그에게 말하였다. “사부님, 당신께서 연로하시니,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좀 가까이 가십시다.” “여자가 없는 곳이라면 가기로 하세.” “사막을 제외하고 여자가 없는 곳이 대체 어디에 있겠습니까?”라고 반박하는 제자에게 그는 대답하였다. “그럼, 나를 사막에 그냥 두게나.”
사막 수도사들이 정욕을 제어하기 위해 치열한 내적 투쟁을 전개했다고 해서 이들이 성(sex) 그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타락의 산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수도사들은 쾌락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성의 사용을 억제하는 일에 몰두했다. 이들이 성욕을 억제하면서 독신을 고집한 참된 목적은 인간적인 사랑을 넘어 모든 애정을 하나님께만 쏟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알렉산드리아 감독 아타나시우스가 아바 팜보를 알렉산드리아로 초청하였다. 팜보는 거리를 지나가면서 예쁜 여배우를 보고는 울기 시작하였다. 옆에 같이 가던 사람들이 왜 우느냐고 이유를 묻자 첫 번째는 잃어버린 그 여자를 위해 우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을 위해 운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이해될만하지만 갑자기 자신을 위해서 운다는 이유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자 아바 팜보는 저 여자는 남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저렇게 예쁘게 단장하는데 자신은 하나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하니까 눈물만 나온다는 것이었다.
쾌락을 뺀 성의 바른 사용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 “하나님여, 나에게 절제를 허락하소서. 그러나 지금은 아직 아닙니다.” 어거스틴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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