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5일 부활절 여섯째주일 경동칼럼
"영으로 살아 살아계신 하느님 만나십시오."
지난 23일(금), 담양에 있는 호남문화재연구원을 방문했습니다. 원장이신 윤덕향 전 전북대학교 석좌교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윤덕향 원장님은 소탈한 성품이셔서 대단한 학문적 경지와 업적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시는 귀한 학자이십니다.
호남문화재연구원은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토기를 구워서 밥도 해먹어 보고, 돌칼을 만들어 고기를 잘라 토기에 구워먹는 등 신석기인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체험할 수 없는 아주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동기를 여쭙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윤덕향 원장님께서는 "많은 이들이 유물에 관심을 갖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습니다. 유물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그 유물을 만들고 사용했던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그 유물은 생명을 잃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순간 저는 벼락을 맞는 듯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박물관에서 과거의 유물들을 보면서 제 아이들과 이야기 했던 것은 그 유물의 의미였습니다. 그 유물의 의미 정점에는 그 유물을 만든 사람, 사용한 사람,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그 유물을 통해 이전의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면 그 유물은 수집가의 만족과 골동품 거래상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윤덕향 원장님과는 호남지역의 문화를 향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려고 합니다. 서원과 향교를 통해 시대를 넘어 삶의 정수, 얼을 살리는 프로그램도 모색해 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목사가 별의 별 쓸데 없는 일에 나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저는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삶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삶을 살 거냐? 어떤 삶으로 이웃과 만날 거냐? 어떤 삶으로 하느님을 만날 거냐?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면 하느님 나라에 살 수 있습니다. 구원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바로 그 삶을 찾게 하는 것이요 그 삶을 살아 하느님 나라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삶에 모든 것을 바치셨습니다. 생명까지도.
그런데 교회에 그 삶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삶이 없습니다. 영적인 삶이 없습니다. 교리만 있습니다. 성경책만 있습니다. 교회당만 있습니다. 근사한 교회당에서 최신 AV시스템에서 울려 나오는 찬양에 만족하는 삶만 있습니다. 목사가 원하는 삶만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과는 거리가 먼 교리가 무슨 소용 있습니까? 하느님의 지극하신 사랑과 생명력에 눈뜨지 못한 성경의 문자가 무슨 소용 있습니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눈물로 바라보며 삶을 돌이키는 회개와 십자가의 보혈에 힘입어 하느님 앞에 설 용기를 내는 예배가 없는데 무슨 소용입니까? 목사를 하느님처럼 받드는 교회에 하느님은 어디 계십니까? 중요한 것은 성경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성경 속 하느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근사한 교회당에 드나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만나는 하느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예배 드리는 것입니다. 목사님께 잘 보이는 게 아니라 하느님 앞에 바로 서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나는 여러분이 알지 못하고예배하는 그 대상을 여러분에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하늘과 땅의 주님이시므로, 사람의 손으로 지은 신전에 거하지 않으십니다. 또 하나님께서는, 무슨 부족한 것이라도 있어서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받으시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은 모든 사람에게 생명과 호흡과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사도행전 17: 23b-25)라고 증언합니다. 이 하느님 만나셔야 합니다.
권력에 편드는 목사님들 따르지 마십시오. 운동권 편드는 목사님들도 따르지 마십시오. 사도 베드로는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뜻이라면, 선을 행하다가 고난을 받는 것이, 악을 행하다가 고난을 받는 것보다낫습니다. 그리스도께서도 죄를 사하시려고 단 한 번 죽으셨습니다. 곧의인이 불의한 사람을 위하여 죽으신 것입니다. 그것은 그가 육으로는 죽임을 당하시고 영으로는 살리심을받으셔서 여러분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시려는 것입니다."(베드로전서 3:17-18)라고 증언했습니다.
오늘 한국교회는 성경 속 살아계신 하느님의 뜻과 생명을 만나야 합니다. 이 시대의 이단은 모든 이단을 포함하여 하느님을 수호신 삼아 자기들의 이익을 탐하는 모든 교회와 정치와 권력입니다. 신앙의 회복은 모든 이단에서 벗어나 성경과 교회의 역사 속에 증명된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 날이 오면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과 너희가 내 안에 있고 내가 너희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요한복음서 14:20)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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