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회원 좌석 책상 위에 총회에서 주신 스틱형 ‘영양제’가 있었는데요. “오미자 즙” 같은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회의 중에 갈증이 나서 마셨지요. 약간 불쾌한 맛이었지만 건강에 좋으려니 했고 그래서 제 줄에 계셨던 다른 노회 장로님과 목사님들께 하나씩 드시자고 권유해서 모두 마셨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누가 그러셨습니다. 그것 구강청결제라고요. 아담에게 선악과를 건넨 하와가 되어버렸습니다. 찾아가서 죄송하다 사과를 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위로해 주셨습니다 - “구강 청결제”를 마시면 “위 청결제”가 되겠죠!
에피소드 2
제 생각에, 회의 중 어떤 혼선이 발생하면 회의가 끝난 후 임원단이 관련 부서와 논의하여 혼선을 정리하고 다음 회의 때 구두 광고를 통해서라도 바로 잡아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사례가 반복되면서 관례가 되어버립니다. 이번 회의에서 제가 발견한 혼선 몇 가지를 간단히 적어보려고 합니다.
(1) 한 안건심의부 보고에서 축조심의를 할 때 어떤 회원이 “일괄 표결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전적으로 틀린 발언은 아닙니다. 장로교 회의 전통은 그랬습니다. <일반 회의규칙> 제13조 “안건심의” 규칙을 (노회) 상비부 보고에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제13조 제3독회에서 전체를 통과시키느냐 않느냐를 결정하라고 합니다. 이것이 ‘일괄 표결’입니다. 일괄 표결을 하기 때문에 축조심의할 때 가끔 행해지는 특정 안건에 대한 표결은 엄밀히 말해서 그 안건 통과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안건을 수정하거나 원안대로 가자는 것에 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축조심의할 때 ‘허락’을 “가결”의 의미로 정의하지 않고 “이 안건은 수정하지 않겠다(넘어가자)”는 의미로 정의합니다. 표결은 축조심의가 끝나고 나서 <보고안 전체>를 두고 합니다.
제가 젊었을 때 작성했던 회의록은 전통적인 방식에 부합합니다. 예를 들어 정치부는 심의했던 안건에 대한 의견을 적은 문서를 서기석에 한 부 주고 나머지를 회원들에게 배포하는데 회의록서기는 그것을 그대로 회의록에 풀로 붙입니다. 보고 과정에서 수정된 것이 있다면 “정정해서 받기로 가결하다”는 일괄표결 결과를 적고, 정정 내용은 받은 문서 아래에 기록했지요.
만일 노회 회의든 총회 회의든 “최종 회의록”에 “청원건은 반려함이 가한 줄 아오며”와 같은, 심의 부서의 의견이 들어있는 문구가 들어있으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교단의 노회나 총회 회의록을 보면 심의부서의 의견은 나오지 않고 “안건 자체”가 가결되었는지 부결되었는지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 회의규칙 제37조 1항을 보면 ‘허락’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합니다. ‘이 부분은 통과’라는 의미가 아니라 ‘승인 내지 가결’의 의미이지요.
이번 총회에서 “일괄 표결”을 발언하신 분은 이러한 변화를 간과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3) 문제는 새로운 방식을 따르는 분들도 이러한 변화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을 섞어 쓰고 있지요. 새로운 방식의 핵심은 심의부서의 “의견”을 회의록에 기록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회의 현장에서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전문가 조언” 정도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축조심의할 때 그 조언을 참고하여 회원이 각각의 안건을 판단합니다. 보통 “허락”하는데요. 이 허락은 “원안”에 대한 찬성을 의미합니다. “그 상비부서의 의견”에 대한 찬성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총회 정치부 보고에서 “기장 전도사 양성 과정 재개”의 건에 대해 정치부는 “허락”(가결) 조언을 했는데요. 이 안건을 토론한 후 표결에 들어갈 때 “표결 내용”에 정치부의 의견(기각/허락)이나 발언자의 의견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화면에 이렇게 떠야 합니다. <“기장 전도사 양성 과정 재개”의 건>
이 안건에 대해 찬성하면 ‘찬성 버튼’ 누르고 반대하면 ‘반대 버튼’ 누르면 간단하지만 아래와 같이 나오면 저처럼 사고(思考)에 순발력이 없는 사람은 몇 번의 계산을 해야 비로소 갈피를 잡습니다.

정치부에서 원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후 단순히 찬성/반대가 아니라 회원들이 “원안건(원동의)”에 대한 “수정안(개의)”을 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원안을 수정안으로 변경할 것인가(원안과 수정안의 관계를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교과서적이고 현장에서 요긴합니다)에 대한 표결을 먼저 해야 합니다. 표결 전, 화면에 이렇게 나와야 합니다 - <“기장 전도사 양성 과정 재개”의 수정안>. 수정안의 내용을 화면에 띄울 수 없으니 의장께서 수정안 내용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공지해야겠지요.
에피소드 3
회의를 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있습니다. “총회선교주일 1인 5천원 의무헌금 제정의 건”이 정치부 보고 때 본 회의에서 가결된 후 재정부로 이첩되었는데 재정부가 “총회 각종 헌금과 분담금을 받지 않는 조건” 하에서 허락해달라는 의견을 냈기 때문입니다. 의장님이랑 회원들이 지혜롭게 처리하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잘 모르지만 세심한 정리를 위해 아쉬운 점 몇 가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1) 어떤 회원이 ‘이중 허락’이라는 표현을 하셨는데요. 짧은 시간에 핵심을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이중 허락의 의미가 “정치부에서 허락 의견 낸 것을 재정부에서 왜 또 허락 의견을 내느냐”가 아닐 것입니다. 정치부 보고 때 본 회의에서 가결(허락)된 안건의 상태를 왜 흔드느냐는 것이지요. 조건부라고 할지라도요. 그런데 재정부가 보고한 이 안건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만일 재정부가 이렇게 보고해도 마찬가지입니다 - “재정위원회가 헌의한 총회선교주일 1인 5천원 의무헌금 제정의 건은 기각해주시기 바랍니다”. 가결된 안건을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정치부 보고 때 본 회의에서 가결된 1/200 의무헌금 연장의 건과 이 건은 재정부가 심의 의견을 달아 본 회의에 보고하는 성격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2) 의장님과 회원들께서 사실상 번안동의로 보셨는데요. 탁월합니다. “재정부”가 동의(動議)한 번안동의입니다. 재정부는 집단이기 때문에 “재청”은 생략해도 되니 안건으로 성립되었으며, 그 성격은 번안동의라는 것이지요.
(3) 재정부가 번안동의를 낸 이유는 이 안건을 섬세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재정부 번안동의가 나오자, 재정부 번안동의보다 지혜로운 제안이 두 개가 더 있었습니다. 제안자들이 “동의한다”고 강하게 발언하지 않아 안건으로 성립하지 않고 재정부 번안동의만 표결했는데요. 두 가지 제안을 안건으로 성립시켜서 하나하나 표결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4) 회의 때마다 이런 아쉬움이 드는데요. 구조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회의 진행을 보좌진 없이 의장 혼자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발언권 주고 질서를 잡고 회의 규칙에 맞는지 따지고 개의/재개의에 해당하는지 파악하고 그 내용까지 정리하는 것을 혼자 해내기 어렵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국회의장 옆에는 회의 진행을 돕는 전문가가 있습니다. 우리 노회의 경우, 회의록서기가 발언들의 흐름(안건으로 성립되었는지, 개의인지 재개의인지 등)을 파악하는 일을 하고 부회의록서기가 발언 내용의 핵심을 정리하여 의장님이 요청할 때 보고를 드리고 있습니다.
총회에서도 의장의 회의 진행을 돕는 보좌진이 필요합니다. 임원진에서 이런 역할을 하면 가장 좋고요. 업무가 벅차면 “지시위원이나 질서유지위원”을 몇 명 더 임명해서 이 역할을 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에피소드 4
네 번째 에피소드는 낭만적입니다. 점심 때 우리 노회 서기단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40년 전 학우(學友)가 와서 식사 후 커피 하자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솔문아, 회전목마 앞에서 만나자. '내일'까지 기다릴께!”
내일까지 기다려주겠다는 것이 그 친구의 변함없는 넉살인 줄 알면서도 지금도 그때 받은 감동의 여운이 있습니다.
에피소드 5
총회 서기 목사님이 AI라는 소문이 돕니다. 좋은 목소리 때문인 듯합니다. 인간임을 증명해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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