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계19:1~10, 미4:1-4, 마25:31-46

오늘은 강림 후 일곱째 주일이다. 전국은 온 나라를 휩쓸었던 대홍수로 무서운 상처를 당하여 크게 신음하고 있다. 진정 차별 없는 물 폭탄 세례를 받았다. 누구를 탓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라서, 세기적인 징벌성(?) 대홍수란 느낌이다. 그 끝에 폭염(暴炎)이 잇따라 찾아왔으니, 우리의 고통은 가중될 것이다. 이럴수록, 서로 위로하고 도우며 격려하여 이 고비를 잘 넘어가 보자. 여러 여건으로 볼 때, 지금은 다가올 미래에 비하면 그래도 훨씬 좋은 때일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견디는 훈련, 극복하는 훈련, 이웃 사랑의 훈련에 더 매진할 때이다.

특히 우리가 보다 관심해야 할 것은, 내 안에 묵은 찌꺼기 같은 원망, 증오, 미움, 적개심, 자포자기, 독주, 아집 같은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마음들이다. 이런 모습은 진짜 백해무익(百害無益)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요소들을 씻어내지 못하고 살면, 한 번 뿐인 내 인생살이는 한순간에 엉망진창이 되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산사태 나는 것은 자연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저 무서운 땅꺼짐(씽크홀)도 마찬가지이다. 내 삶의 무너짐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은 내 마음가짐이 이미 삶을 파탄 나게 할 정도로, 금이 나 있으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아비가 자식을 총 쏘아 살해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지 않았나?

따라서 내 삶의 내용 점검이 중요하다. 언제 어디에서든, 인생의 장마나 폭우가 와도, 굳건히 대처할 내 마음의 준비가 잘 되어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삶에 밀려들어 오는 환난이나 시련들을 피할 수 없다. 다만 그럴 때에 내가 흔들림 없이 견디어 낼, 꿋꿋한 내적 역량이 얼마나 잘 갖추어 있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그러기에, 우리 주님께서는 항상 강조하셨다. “정신 차려, 깨어 있으라”

그러면서 주님은 당신의 사람들이 정말 말씀대로 깨어 사는지 아닌지도 지켜보신다. 그래서 감당하는 자는 축복하시고, 더 굳건히 살게 붙들어 주신다. 하지만 무시하고 계속 옛사람에 붙들려 살면서 자기 계발과 성장에 나태하게 살면, 결국 그 사람은 땅에서는 물론, 심지어 하늘에서까지도 설 곳이 없도록 심판을 하신다. 그게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그러면 정신 차려 사는 삶은 과연 어떤 삶일까?

가장 보편적 판단 기준은 이미 주어져 있다. 곧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살라’이다. 이는 예수께서 친히 인간을 향한 영생(永生)의 조건으로 확인해 주신, 사랑의 이중 계명을 실천하고 사느냐 여부이다(눅10:25-28 참조). 첫째는 하나님 사랑이지만, 그에 못잖게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까지도 사랑하며 사는 일이다. ‘하나님과 인간-’, 이 인간 삶의 두 지지대(支持臺) 모두를, 함께 견고히 사랑하고 살아야만 그는 영원한 나라의 백성으로도 기리 영접받게 된다고 일러주신 까닭이다.

오늘 세 본문 말씀은 그 부분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자료들을 제공해 준다. 말씀 전체의 총합을 이루고 있는 계시록 내용은, 예수의 백성을 억압하고 탄압한 지상의 바벨론 제국(로마제국)의 멸망과 함께, 그 시련 속에서 살아남아 천상의 백성에 합류한 이들을 향한 승리의 노래다. 하늘의 허다한 무리들의 하나님을 향한 ‘할렐루야 아멘’의 찬양과 감사가 가득하다. 무려 네 번이나, 하나님을 뜨겁게 경배한다(1-6절 참조).

여기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상은 바로 어린 양의 아내인 교회의 존재이다(7절). 그에게는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 옷을 입혀 주셨는데, 이것은 천상(天上)에서의 변화 된 몸을 말한다. 그런데, 이 세마포 옷은 그들이 지상(地上)에서부터 이미 취해 입었던 옷이었다. 대체 어떤 옷이었나? 바로 성도로서의 옳은 행실이었다(8절). 이것을 보면, 우리의 이 세상의 삶의 내용이, 영생에 얼마나 결정적인 것인지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구약 미가서와 복음서의 내용은 우리 세상의 삶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중 구약 미가서는 국가와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를 말한다. 전쟁이나 폭력이나 불의의 싸움을 막아내고, 평화와 화목과 화해를 이루기 위하여 헌신한 의로운 사람들의 삶을 소개한다(3절). 하나님은 그들의 헌신과 수고와 희생과 눈물을 절대 잊지 않고 있음을 알리신다.

반면에 복음서는 평소 더불어 사는 이웃들과의 일반 생활에서의 삶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나라를 상속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그것은 자신과 가까이 있는 이웃 중에서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선행한 자를, 주께서는 당신에게 한 것으로 여기시고, 그를 의인으로 인정하시고 축복하시며, 영생에 들어가게 하신다.

우리는 모두 머잖아 주께서 예비하신 그 나라에 들어가게 될 사람들이다. 예외란 없다. 그러기에 그날 그때의 준비는 이미 시작되었어야만 하고, 또 오늘부터라도 시작되어야 한다. 마침 오늘 본문은 그중에 이웃 사랑의 부분에 집중하였기에, 그 내용 중심으로 증언하고자 한다. 성도로서의 의로운 행실(삶-life)을 무엇으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증언하겠다. (먼저 계시록의 말씀을 다시 보겠다).

서신서 / 계19:1-10 / “ 그의 심판은 참되고 의로운지라 음행으로 땅을 더럽게한 큰 음녀를 심판하사 자기 종들의 피를 그 음녀의 손에 갚으셨도다 ”

하나님의 심판의 대상은 개인은 물론 온 세상 전체이다. 본문에서는 특히 ‘큰 음녀’를 지칭하면서, 하나님께서 그를 심판하셨고 당신 종들의 피를 그 음녀의 손에 갚으셨다고 하셨는데(2절), 이는 힘으로나 능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오직 주의 영에 의해서 성취된 것이다(슥4:6 참조).

사실 세계 역사에서는 이런 류(類)의 음녀들의 횡포와 그에 대한 주되신 하나님 심판의 역사로 이어져 왔다. 그 역사는 제국이라는 너울을 쓰고, 질기고 모질게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도, 얼마 전, 윤석열의 내란 미수 사건을 통하여, 음녀들의 전횡과 푹력의 실상과 허상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하나님이 또한 우리 백성을 어떻게 그 구덩이에서 건져내셨는지도 생생히 맛보게 하셨다.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옛날 바사 제국(페르시아)에서의 모르드개와 하만의 투쟁이 어떻게 이재명과 윤석열 사이에서 재현되었는지를 아주 뚜렷이 보게 하셨다. 하만이 그의 정적 모르드개를 매달아 죽이려던 바로 그 나무에, 결국은 자신이 매달려 죽게 되는 놀라운 역사가, 수천 년이 지난 오늘에도 우리 한국 땅에서 재현됨을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성도의 의로운 행실은 무엇으로 나타났는가? ‘죽으면 죽으리라’라는 목숨을 건 기도로 하나님 앞에 엎드려 간구한 일이다. 권력자의 횡포에 온 유다인들이 몰살당할 처지임을 고하면서, 정의로운 여호와께서 그 불의를 막아주시고 심판해 주셔서 힘없는 자신들을 구원해 달라며, 여호와의 옷자락에 매달려, 저 얍복의 야곱처럼 기도한 것이다. 황후인 에스더와 그와 뜻을 같이한 유다인의 저항 기도가, 바로 성도들이 보여 준 옳은 행실이었다. 미가서는 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을 전한다.

2. 구약 / 미4:1-4 / “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고 ”

본문은 하나님이 이루실 장래의 평화의 나라에 대한 선지자 미가의 예언을 담고 있다. 그의 예언에 주목할 만한 대목은 세계 만민이 여호와의 산(전)이 있는 예루살렘으로 몰려올 것인데, 그 까닭은 세계 만민을 가르치고 살려낼 도(말씀)가 바로 시온이요 예루살렘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시온에서 율법(律法)이, 예루살렘에서 복음(福音)의 말씀이 온 세상으로 흘러나와, 모든 사람을 먹이고 마시게 하며 새 삶을 살게 될 것을 앞서 예고한 것이다(1-2절). 이런 그의 예언은 오순절 성령강림과 함께, 예수의 복음이 온 세계로 흘러 나가면서 성취되었다.

그런데 이 율법과 복음은, 많은 민족 사이의 일을 심판하고 강자들의 행위를 판결하는 기준이 되는 기능을 행사하게 된다. 이는 그 말씀이 바로 모든 사람의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평화 이루기> 작업이다.

즉 전쟁 무기를 농기구로 삼고, 살상 무기를 생산 도구로 만드는 일을 한다(3-4절). 다툼을 그치고,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며, 서로 상부상조 상생 공존공영의 세상을 위해, 힘쓰고 애쓰며 산다. 물론 이런 일은 전혀 쉽지 않다. 여러 오해와 견제, 가난과 박해, 고독과 자기 싸움을 견디어 내야 가능하다. 그런데도 그 좁은 길을 생명의 길로 믿고 간다. 이런 사람들의 출현은, 바로 여호와의 말씀과 영을 받은 이들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교회가 세상의 불의와 거짓에 침묵하지 않고, 저항하고 비판하며 방향 제시하는 일들도 바로 이 평화 세상 이루기 위한 일환이다. 우리 노회의 몇 교회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촌 파괴를 저지하기 위한 녹색연대 모임도 그 일환이다.

이와 함께 교회는 또한, 자기 주변에 더불어 살아가는 개인적 실존(實存)의 구원과 해방을 위하여서도, 선한 싸움을 펼친다. 그 점에서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양과 염소의 비유는 우리에게 매우 커다란 깨우침을 주신다.

3. 복음서 / 마25:31-46 / “ 내가 주릴 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 그들은 영벌에, 의인들은 영생에 들어가리라 하시니라 ”

본문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이중 계명이, 경이롭게 내적으로 통일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여기에서 인자(人子)로 나타난 주님은, 고난받는(6가지 경우들) 모든 개개인의 처지가 마치 당신의 입장인 듯, 깊은 관심을 보이신다. 본문의 결정적인 부분은 우리가 그들 고난받는 자들에게 마음을 열어놓았느냐 아니냐의 여부이다. 실천적인 조치가 없는, 동정심만의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박애주의)는 무가치할 뿐이다.

물론 37-39, 44절에 나타난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란 말은, 믿는 자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지극히 작은 자 하나 속에 함께 계신 예수를 보면서, 그를 영접할 수 있는 영적 시각이 필요함을 말한다. 혹 그 대상이 믿는 자라면 당연하겠지만, 혹 상대가 불신자라면 그를 향한 선행은 더욱 빛을 발할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점은 이것이다. 고통받는 이웃을 보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자에게는 심판이 있다는 점이다(7:12 참조). 이 점에서 본문은, 지금의 내 이웃 사랑 부분에 더욱 깊은 도전을 주신다. 이제 이웃 사랑의 좋은 실례 하나를 소개한다.

1880년 여름, 미국 메릴랜드에 있었던 일이다. 가가호호(家家戶戶) 방문하며 물건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고학생 젊은이가 있었다. 그날은 온종일 방문 판매로, 저녁 무렵에는 온몸이 지치고 배가 고팠다. 그런데 그에게는 10센트 동전 하나뿐이어서, 그것으로 무엇을 사 먹을 수도 없었다.

결국 ‘다음 집에 가서는 뭐 먹을 것 좀 달라고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어느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한 예쁜 소녀가 나왔다. 부끄럼이 많은 젊은이는 겨우 ‘물 한 잔만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소녀는 젊은이가 배고파하는 사실을 알았고, 큰 잔 가득한 우유를 담아왔다. 그 젊은이는 그 우유를 단숨에 마셨다. 그 순간, 온몸에서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듯했다.

청년은 물었다. ‘우윳값으로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그러자 소녀가 이렇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우리 엄마는 나에게 친절을 베풀면서 돈을 받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이 말에 젊은이는 큰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학비 마련이 너무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그날 받아 마신 우유 한잔으로 젊은이는 이제는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후, 성인이 된 소녀는 그 도시의 병원에서는 감당할 수 없을 중병(重病)에 걸리고 말았다. 그래서 큰 도시에서 전문의를 모셔 와야만 했다. 그때 힘겹게 모셔 온 의사는 ’하워드 켈리‘란 전문의였는데, 그가 바로 오래전에 그 소녀에게 우유를 얻어 마셨던 그 젊은이였다. 참으로 기묘한 인연이었다. 켈리 박사 역시, 단번에 그 소녀를 알아보았다.

그는 자신의 모든 정성과 의술 역량을 총동원하여 그녀를 치료했다. 그 바람에 그녀는 그 중병에서 벗어나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퇴원하면서 그녀는 병원이 주는 치료비 청구서를 받았다. 비용이 엄청날 것을 걱정하며 청구서 봉투를 뜯었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있었다. -’당신의 치료비는 우유 한 잔으로 전액 지불되었음!”. 그가 바로 미국 존스 홉킨스 병원 설립자인 하워드 켈리였다!

o 우리는 지금 한여름을 지나고 있다. 폭염과 폭우의 공세가 어느 때보다 더 거세다. 이런 때 여과되지 못한 우리의 육정도 쉽게 바닥을 드러낸다. 그래서 잘 견디고 참는 엄혹한 훈련이 필요하다. 곧 영혼의 훈련이요, 믿음의 훈련이다. 영생에 이르는 영적 품격을 갖추도록 더욱 매진하는 훈련이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행실의 품격 지수를 더욱 높이자. 그 나라 잔치에 초대받을 자가 되고자, 더욱 기도하고, 말씀으로 무장하며, 엄격한 영성 훈련을 꿋꿋이 감내하며 살아가자.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