παραδίδωμι(파라디도미, 넘겨주다)에 대하여
신약성경에 압도적으로(119번) 많이 나오는 동사가 있는데, παραδίδωμι(파라디도미)라는 동사이다. 이 단어는 4복음서에 대다수 나오지만, 특별히 바울의 로마서와 고린도전서에도 많이 나오는 동사이다. 접두전치사 παρα(beside)와 동사 δίδωμι(give)가 결합된 복합동사로서, 기본적으로 ‘주다’(give)의 뜻을 가지고 있기에 상호교환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복합동사 παραδίδωμι(파라디도미)는 문맥에 따라 미묘한 의미의 차이를 지니며 신약성경에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이 단어에서 파생되어 '전통'(tradition)의 뜻을 지닌 명사가 παράδοσις (파라도시스)이다(마 15:2; 막 7:3; 고전 11:2; 갈 1;14).
신약성경에서 일반적인 용례로서 명령이나 뜻에 의해서 사명이나 혹은 명령으로 주어지는 것을 말한다(마 25:20; 눅 4:6). 또 누군가의 의도와 뜻에 의해서 수동태 동사로 사용되어서, 몸이나 생명이 권세나 적들(인간, 사탄)에게 넘겨지거나(막 15:10; 행 22:11; 고전 5:5), 재판, 형벌, 죽음에 넘겨지는 것을 말한다(막 13:9; 14:10; 15:15).
복음서에서 παραδίδωμι(파라디도미)는 예수의 고난 이야기와 철저히 관련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예수의 고난전승에서 예수는 제자 가롯 유다의 배신에 의해서 넘겨지고(막 3:19), 종교권력자들에게 넘겨지고(막 10:33), 총독 빌라도에게 넘겨지고(막 15:1), 십자가 처형에 넘겨졌다(막 15:15). 예수의 고난과 죽음 이야기의 전승에서 παραδίδωμι(파라디도미)는 중요한 고난신학의 핵심단어가 되고, 이 단어는 그대로 바울의 편지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롬 4:25; 고전 11:23; 갈 2:20; 엡 5:2, 25).
마가복음이나 바울의 로마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넘겨줌(deliver up)은 인간의 의도와 결정에 의한 피해자나 패배자의 억울한 죽음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계획으로 이루어진 ‘넘겨줌’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혹자는 이 동사의 수동태를 ‘신적 수동태’(divine passive)라 부른다:
“이는 제자들을 가르치시며, 또 인자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παραδίδοται), 죽임을 당하고, 죽은 지 삼 일만에 살아나리라는 것을 말씀하셨기 때문이더라”(막 9:31).
“예수는 우리가 범죄한 것 때문에 내줌(παρεδόθη)이 되고, 또한 우리를 이롭다 하시기 위하여 살아나셨느니라”(롬 4:25).
사도 바울은 예수의 고난전승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단어를 그의 고난과 십자가의 신학에서 사용하고, 주의 만찬 전승을 가르칠 때에도 이 단어를 사용하였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주신(παρέδωκεν) 분이,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지 아니하겠느냐?”(롬 8:32)
“내가 너희에게 전한 것은 주께 받은 것이니,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παρεδίδετο) 밤에 떡을 가지사”(고전 11:23)
παραδίδωμι(파라디도미) 동사를 가롯 유다의 배신(betrayal)으로 한글성경에서 의미번역했지만, 사실 가롯 유다의 역할은 ‘넘겨주는 자’라는 일련의 과정에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에서 가롯 유다의 영혼을 잠식한 것은 사탄의 역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 가운데, 예수는 희생자와 피해자의 죽음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이 아들 예수를 가롯 유다를 통해 종교권력자 대제사장과 장로들의 손에 넘기고, 정치권력자 로마총독의 손에 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로마 군병들이 집행하는 십자가 처형에 최종적으로 넘긴 것이다.
메시아의 고난전승은 이사야 53장에 예언된 도살자들에게 어린 양을 속건제물로 내어 주시는 하나님의 구원계획에서 시작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메시아의 고난전승을 하나님의 내어 줌의 뜻을 해석하며 기독론을 발전시켰을 것이다.
아들 예수를 고난의 삶에 내어 주시는 하나님의 구원계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성취된 것처럼, 성도를 고난의 삶에 내어 주시는 하나님의 뜻 가운데 성도의 영광이 다가오고 있음을 믿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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