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크림
사람은 상처를 입으면 몸을 먼저 웅크린다.
본능이다.
심장은 보호해야 하고, 가장 부드러운 곳을 감싸야 한다.
이 그림 속 인물도 그렇게 앉아 있다. 두 팔로 무릎을 감싸 안고,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자기 안으로 몸을 접는다.
겉으로 보면 고독하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 자신을 끌어안는 자세다.
누군가가 안아주지 않아도, 스스로를 놓지 않겠다는 조용한 선언이다.
우리는 늘 강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설교자도, 지도자도, 어른도, 흔들리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는 웅크릴 수 있어야 한다.
시편 기자가 “어찌하여 내 영혼이 낙심하느냐”라고 자기 영혼에게 말을 걸었던 것처럼, 믿음은 때로 스스로를 끌어안는 시간 속에서 자란다.
예수께서도 광야에서 홀로 계셨다.
겟세마네에서 제자들이 잠든 사이, 혼자 땅에 엎드리셨다.
그 시간은 패배의 시간이 아니었다.
십자가를 향해 가는 결단이 무르익는 시간이었고, 사랑이 더 깊어지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웅크림은 후퇴가 아니다.
씨앗이 흙 속에서 자신을 웅크리는 것과 같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생명이 방향을 잡고 있다.
싹이 위로 나아가기 전에, 뿌리는 먼저 아래로 내려간다.
우리는 자주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왜 더 강하지 못한가, 왜 더 담대하지 못한가, 왜 아직도 흔들리는가.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웅크림을 정죄하지 않으신다.
그분은 오히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부르신다.
이 그림은 버티고 있는 영혼의 초상이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다시 일어나기 위해, 잠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웅크린 초상을 향해 조용히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가 웅크리고 있을 때에도 함께 있다.”
그 말씀은,
잔뜩 웅크렸던 나를 조금씩 펴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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