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커뮤니티   >   오늘의 묵상
2026년 2월 13일 (금) 일점일획_‘다바르’(דָּבָר)에 대한 묵상(김창주)(IBP)
2026-02-12 23:45:31
묵상 관리자
조회수   25

‘다바르’(דָּבָר)에 대한 묵상(김창주)

 

구약에 빈번하게 나오는 다바르(דָּבָר)는 히브리 사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낱말이다. 고대 근동의 인접 언어와 폭넓고도 긴밀한 교류 과정을 거친 개념이다. 어원적으로 ‘말/씀’과 ‘일’을 뜻하는 동형이의어(homograph)이며, 의미상으로는 내용과 동작이 함께 내포된 단어다. 보통 ‘말/씀’으로 알고 있으나 정작 번역은 쉽지 않다. 실상 말씀(דָּבָר: 다바르), 지성소(דְּבִיר: 드비르), 역병(דֶּבֶר: 데베르), 초장(דֹּבֶר: 도베르), 뗏목(דֹּבְרוֹת: 도브로트), 광야(מִדְבָּר: 미드바르), 그리고 인명(דְּבִיר: 드빌, דְבוֹרָה: 드보라) 등으로 상당히 광범위하게 쓰인다. 『구약신학사전』에 따르면 다바르의 어원과 용례에 대하여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  ‘뒤에 있다’(to be behind) ⇀ 역동성, 지성소

슈미트(W. H. Schimdt)는 히브리어 דבר가 고대 근동 언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본다. ‘뒤’(back)를 가리키는 아랍어 dubr, dabara(to be behind), ‘뒤로 기대다’는 뜻의 이디오피아어 dabarbîr, 또한 ‘뒤쪽으로’를 의미하는 아람어 badabr 등이다. 이 때 대체적으로 ‘뒤,’ 또는 ‘등’과 연관된다. 그러나 ‘뒤’나 동사 ‘뒤처지다’가 어떻게 ‘말씀, 사건’ 등 의미 변화가 발생했는지 일치된 견해는 없다. 어원으로 풀면 두 가지 상반되는 뜻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공간적 또는 물리적인 측면에서 ‘뒤쪽’이나 ‘뒤에 있다’를 뜻하고, 다른 하나는 심리적으로 누군가 ‘뒤’에 있다면 ‘든든하다’ 또는 ‘지원하다’를 가리킨다. 따라서 히브리어 דבר는 후자에서 자신 있게 전진할 수 있는 든든한 힘을 얻게 되고, 전자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역동성을 확보한다.

  •  ‘바르게 말하다’(to speak right, to follow) ⇀ 교훈, 초장

두 번째는 쐐기문자로 알려진 아카드어 dabābu(옳은 말을 하다)가 히브리어 דבר와 어원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이론이다. 아카드어는 북부 셈어로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활용되었고 히브리어 형성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북서부 셈족어에서 다바르의 형태는 명백하지만 아카드어 dabābu와 유비관계도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따라서 아카드어 dbb가 히브리어 דבר로 동화되었다면 동의어로 간주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원래 두 어근 db(bd)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확대되었다. 즉 아랍어 ndb는 ‘울부짖다’(to cry out)로, 히브리어는 ‘자극하다, 자원하다’(to incite)가 되었고 히브리어 ’db는 ‘식사에 초대하다’(to invite to a meal) 등을 뜻한다.

더구나 아카드어 dabābu는 히브리어 דבר와 어근에서 거의 일치할 뿐 아니라 의미상으로도 ‘바르게 말하다’(아카드어)와 ‘말씀’이나 ‘교훈’(히브리어) 등의 근거가 된다. 보통 히브리어 דבר를 ‘말하다,’ ‘대화하다,’ ‘연설하다’ 등처럼 단순한 의사 표현으로 제한하기 쉽지만 이 낱말에는 표면적인 서술이나 외형적인 묘사를 넘어선 강력한 힘과 수행적인 인과성이 함축되어 있다. 따라서 ‘옳은 말을 하면’(dabābu) 그것은 새겨들을 만한 교훈과 따를 만할 말씀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דבר는 말씀이나 교훈 등을 뜻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말씀, 충고, 약속, 선언 등의 권위와 힘이 내포된 하나님의 말씀, 계명을 가리킨다. 다음 인용은 보만의 설명이다.

 

     다바르는 말뿐 아니라 행위도 뜻한다. … 즉 말과 행위는 다바르의 두 상이한 의미가 아니라 행위는 다바르에 들어있는 기본 의미의 귀결이다. … 그러므로 다바르에서 야웨는        그의 본질을 알리며 야웨의 다바르를 가진 자는 야웨를 알게 된다. 다바르는 신의 부분, 유출, 혹은 그의 실체 이상이며, 또 그것은 야웨의 현현양식, 말하자면 최고의 현현양식      이다.

 

보만은 어원적으로 풀지 않았지만 말과 행위의 분리가 아니라 통일체로 보고 ‘행위말’(Tatwort)로 번역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다바르의 실천과 수행적인 측면의 뿌리를 아카드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다루다, 해내다’(to manage, to carry off) ⇀ 일, 사건

세 번째는 히브리어 ‘말’이 어떻게 ‘일’이나 ‘사건’ 등으로 읽히는지에 관한 분석이다. 바(James Barr)를 비롯한 몇몇 학자들은 ①에서 살펴본 ‘다바르’의 어근에 ‘뒤’(behind)의 뜻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뒤처진 것을 앞으로 내몬다’는 피엘(Piel) 동사로 본다. 최근 클라인스(D. Clines)는 『고전 히브리어 사전』에서 어근 דבר의 다양한 활용을 소개하는데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다루다, 해내다’ 등으로 분류된 항목이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보지도 못하였노라 이 일을 두고 상의한 후에 처리하자(וְדַבֵּֽרוּ) 하더라(삿 19:30).

    나는 믿었노라 심한 고통이라도 견뎌낼 것을(אֲדַבֵּר: 시 116:10).

    내가 다루었은즉(דִּבַּרְתִּ) 꼭 해낼 것이요 계획하였은즉 반드시 이루리라(사 46:11).

 

위의 용례는 히브리어 다바르가 어떻게 일, 또는 사건으로 의미 변화가 일어났는지 보여준다. 대부분 ‘말하다’는 뜻으로 활용되는 דבר가 ‘처리하다, 해내다, 해결하다’ 등으로 전용된 데에는 ‘뒤에서 앞을 향해 나가는’이라는 어근에 들어있는 추진력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입으로 발설하는 것이 아니라 내뱉은 말을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가 들어있다. 이로부터 다바르는 ‘처리할 것,’ 또는 ‘해결할 과제’ 등으로 외연이 확장되었다가 ‘일’이나 ‘사건’을 가리키는 관용적인 의미로 확대되어 쓰인 것이다.

 

  •  ‘등을 돌리다, 굴복시키다’(to turn the back) ⇀ 역병, 재앙

그런가 하면 어떻게 다바르가 ‘역병’(데베르)을 뜻하게 된 것인지 추정하기 쉽지 않다. 단초는 히브리어 동사의 활용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즉 하나의 동사가 일곱 가지 다른 형태로 쓰이며 의미상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그 변화의 미묘한 뉘앙스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점에서 클라인스는 다바르 동사의 의미를 강조하는 피엘형과 사역동사인 히필형에 주목한다. 다바르가 피엘형으로 쓰이면 ‘책망하다, 놀리다, 멸하다’로, 히필형이면 ‘굴복시키다, 속이다’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내가 그를 책망할(דַבְּרִי֙) 때마다 깊이 생각하고 생각하노라(렘 31:20).

    아이들까지도 나를 업신여기고 내가 일어나면 나를 놀리는구나(וַיְדַבְּרוּ: 욥 19:18)

    하나님을 대적하여(וַיְדַבְּרוּ) 말하기를 하나님이 광야에서 식탁을 베푸실 수 있으랴(시 78:18).

    야웨가 만민을 우리에게, 나라들을 우리 발아래에 굴복하게(יַדְבֵּ֣ר) 하시며(시 47:3).

    아하시야의 모친 아달랴가 그 아들이 죽은 것을 보고 일어나 유다 왕국의 씨를 모두 멸하였더니(וַתְּדַבֵּר: 대하 22:10).

 

위는 다바르의 피엘형과 히필형의 몇몇 예를 제시한 것이다. 예문에서 보듯 아랍어 dubr(등을 돌리다, 배반하다)와 어원적으로나 의미상으로 서로 관련된다. 히브리어 기본형 칼(Qal) 동사의 의미가 확장되는 피엘형이나 히필형으로 쓰이는 경우 최초의 뜻에서 살짝 다른 의미 변화가 일어난다. ‘책망하다, 놀리다’에서 ‘제압하다, 적대하다, 멸하다’ 등 다양하게 활용되지만 기본적으로는 ‘함부로 말하다’는 피엘형(דִּבֶּר) 동사에서 확장된 뜻으로 볼 수 있으며 또한 나중에 ‘전염병’(דֶּבֶר)이나 ‘역병’ 등의 명사적 의미로 확장된다.

        고대 근동의 셈족어에 상당히 폭넓게 쓰인 דבר은 용례가 다양하고 의미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 구약에서 전반적으로 다바르의 역동성과 실행력은 읽을 수 있는데 보통은 ‘말씀’의 힘과 능력과 교훈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시 33:6, 9; 119:105). 이렇듯 필요한 만큼 먹고 잘 소화한다면 ‘초장’(דֹּבֶר: 도베르)이지만(사 5:17; 미 2:12), 한 곳에 정밀하게 집중되면 가장 거룩한 곳 ‘내소’ 곧 ‘지성소’(דְּבִיר: 드비르)가 된다(왕상 6:16; 7:50; 8:6; 시 28:2).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감당하지 못해 헤맨다면 허허벌판 ‘광야’(מִדְבָּר: 미드바르)가 될 것이고(신 32:10; 사 51:3), 질식하면 ‘역병’(דֶּבֶר: 데베르)이 되어 목숨을 위협한다(출 5:3; 신 28:21; 왕상 8:37; 시 91:6; 렘 14:12). 한편 말씀이나 교훈을 사명이나 과제로 여기면 그것은 골치 아픈 ‘일’이나 ‘사건’(דָּבָר: 다바르)이 된다(창 22:1; 삼상 21:9; 왕상 11:41).

https://ibp.or.kr/wordspostachio/?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69637947&t=board

댓글

댓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첨부 파일
공지 홈페이지 개편에 따른 [오늘의 묵상] 게시판 이용을 안내드립니다. 관리자 2025-09-08 668
3098 2026년 2월 13일 (금) 일점일획_‘다바르’(דָּבָר)에 대한 묵상(김창주)(IBP) 묵상 관리자 2026-02-12 25
3097 찔러 본다 (이승정 목사) 관리자 2026-02-12 44
3096 2026년 2월 12일 (목) - 하늘씨앗향기_변치않는 하느님 사랑!(김옥성 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12 47
3095 2026년 2월 11일 (수) 십자가 묵상 - 교회의 십자가(김홍한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10 73
3094 2026년 2월 10일 (화)-로중_‘예수의 친구로서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며 살리라!’_이주형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09 79
3093 2026년 2월 9일 (월) - 빌레로부터 온 이야기-마지막을 책임지는 돌봄_윤태현 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08 88
3092 주변을 읽는 지혜 1 (유대은 목사)    관리자 2026-02-08 107
3091 동전 10센트 (이승정 목사) 관리자 2026-02-08 101
3090 2026년 2월 8일 (주일) 말씀과삶(소금과 빛은 필요에 의해 빛납니다), 50장 내게 있는 모든 것을    묵상 관리자 2026-02-07 127
3089 2026년 2월 7일 (토) 사진그림묵상_내가 좋아하는 사진(김민수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06 172
3088 2026년 2월 6일 (금) 일점일획_요한복음 1장 18절 "품속"에 관한 묵상(우진성)(IBP) 묵상 관리자 2026-02-05 133
3087 2026년 2월 5일 (목) - 하늘씨앗향기_아픔에서 회복으로!(김옥성 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04 144
3086 2026년 2월 4일 (수) 십자가 묵상 - 귀천 십자가(김홍한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03 133
3085 2026년 2월 3일 (화)-로중_‘주님은 그럼에도 용서하시는 분이시니 두려워하지 말고 그 앞에 나아가라!’_이주형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02 134
3084 2026년 2월 2일 (월) - 빌레로부터 온 이야기-남겨진 열매의 증언_윤태현 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01 136
1 2 3 4 5 6 7 8 9 10 ... 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