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의 여섯 날개와 종교개혁 500주년
이사야 6:1~7
6:1 웃시야 왕이 죽던 해에 내가 본즉 주께서 높이 들린 보좌에 앉으셨는데 그의 옷자락은 성전에 가득하였고
6:2 스랍들이 모시고 섰는데 각기 여섯 날개가 있어 그 둘로는 자기의 얼굴을 가리었고 그 둘로는 자기의 발을 가리었고 그 둘로는 날며
6:3 서로 불러 이르되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만군의 여호와여 그의 영광이 온 땅에 충만하도다 하더라
6:4 이같이 화답하는 자의 소리로 말미암아 문지방의 터가 요동하며 성전에 연기가 충만한지라
6:5 그 때에 내가 말하되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 나는 입술이 부정한 사람이요 나는 입술이 부정한 백성 중에 거주하면서 만군의 여호와이신 왕을 뵈었음이로다 하였더라
6:6 그 때에 그 스랍 중의 하나가 부젓가락으로 제단에서 집은 바 핀 숯을 손에 가지고 내게로 날아와서
6:7 그것을 내 입술에 대며 이르되 보라 이것이 네 입에 닿았으니 네 악이 제하여졌고 네 죄가 사하여졌느니라 하더라
이사야의 사명 – 경건 상실 시대에 하나님의 거룩하심 찬양
‘웃시야 왕이 죽던 해’(1절)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드러내기 위하여 이사야가 부르심을 받습니다. 이때는 하나님께 대한 경건이 상실되던 시기였습니다.
웃시야는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정직했으며(왕하 15:3, 대하 26:4), 군대도 튼튼히 하고 산업도 발전시킴으로 강성한 나라를 이루었습니다(대하 26:6~15). 그러나 그는 산당을 온전히 제거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년에 교만한 마음이 들어 하나님의 성전에서 함부로 분향을 합니다. 그 벌로 나병이 들고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됩니다(대하 26:16~21).
정치,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는 얻었지만, 신앙적으로는 하나님 앞에 크게 범죄한 것입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번성했지만 속으로는 참된 경건을 잃고 하나님과 멀어진 웃시야의 모습은 500년 전 종교개혁 당시 중세 교회와 비슷하고, 오늘의 한국 교회와도 비슷합니다.
천사들의 사명 – 여섯 날개로 하나님의 거룩하심 찬양
이때 이사야는 하나님을 뵙게 됩니다. 그 옆에는 천사들이 있었는데, 각각 여섯 개의 날개를 갖고 있었습니다. 둘로는 자기의 얼굴을 가렸고, 둘로는 자기의 발을 가렸으며, 나머지 둘로는 날고 있었습니다(2절).
얼굴은 존재를 상징합니다. 날개로 얼굴을 가린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감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부인하는 것이며, 오직 하나님만이 영원하시고 유일하신 참 존재이심(출 3:14)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발은 행적을 상징합니다. 날개로 발을 가린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한 일을 가린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족적, 행적, 실적, 업적을 감추고 하나님의 창조하심과 구원하심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천사는 날개로 발을 가림으로써 모든 일의 주관자이신 하나님 앞에서 무익한 종임을 고백합니다.
날아다니는 날개는 사명을 나타냅니다. 부름 받은 자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와 행적을 빼면 남는 것은 오직 사명 뿐입니다. 자신의 존재와 행적을 감춘 천사는 날개로 하늘과 땅을 오고가면서 하나님의 명을 받듭니다. 모든 사명의 최종적인 목표와 궁극적인 내용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드러내고 찬양하는 것입니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3절)”는 것이 찬양의 본질이며 핵심입니다.
천사의 날개에 대한 증언은 이사야의 사명에 대한 말씀으로 이어집니다. 이사야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존재와 행적이 죄악으로 가득 차 있음을 자복합니다(5절). 천사는 자기를 부인하고 스스로 죄인임을 고백한 이사야를 성결하게 합니다(6~7절). 이사야는 사명을 주시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명 안에서 거듭나게 됩니다(8절).
개신교의 근원적 사명 – 빛으로 오신 하나님의 거룩하심 찬양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입니다. 세계 교회의 역사 속에서 개신교는 말씀으로, 은총으로, 믿음으로 새롭게 거듭난 교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지난 500년의 역사를 통해 개신교는 초대교회의 믿음을 새롭게 구현하기 위하여 처절한 노력과 몸부림을 해 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개혁의 겉모양은 내려놓고 그 본질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개신교는 천사가 날개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것처럼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존재를 가릴 수 있어야 합니다. 유일하면서 참 존재이신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존재를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의 거룩하심만 찬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개신교는 지난 500년의 행적도 하나님 앞에서 감출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세월의 모든 족적과 성과가 오직 하나님에 의한 것이며, 우리는 무익한 종이었음을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개신교의 존재와 500년 동안 이어 온 자긍심마저 내려놓고, 우리에게는 오직 감사와 찬양, 그리고 거룩한 사명만이 남아 있게 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거룩한 사명은 오직 하나로 귀결됩니다. 그 것은 날개달린 천사에게 주어진 사명과 동일한 것이며, 이사야에게 주어진 사명과도 똑같은 것입니다. 그 사명은 죄와 어둠이 가득한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찬양하는 일입니다(사 6:3, 계 15:4).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의 참 빛이심(요 8:12)을 소리 높여 선포하는 일입니다.
“거룩합니다. 거룩합니다. 거룩합니다. 빛으로 오신 하나님이시여, 주님의 영광이 온 땅에 충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