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사법부가 되기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아모스 5:24)
한국교회는 생명‧평화‧정의의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기도와 헌신 위에 세워졌습니다. 민주주의는 행정‧입법‧사법부의 균형과 견제를 통해서 유지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사회에서 사법부의 공정성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사법부는 공정성의 붕괴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 야당 대통령 후보 상고심에서 대법원의 원심 파기 결정은 과정이 불투명하고 이례적이기 때문에 국민적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무려 6만 쪽의 방대한 재판기록을 회부 결정 9일, 평의 2일 만에 재판관들이 다 읽고 숙고‧협의하여 판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판결 대상이 공당의 대통령 후보이기에 더욱 신중하고 공정한 과정이 필수인데 오히려 상식적 과정을 축소하고 정치적으로 판단함으로써 사법부의 생명인 공정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내란 관련 재판 또한 사법부의 불공정 의혹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큰데도 불구속 재판을 강행하고, 관심이 집중된 사안임에도 비공개 재판을 결정했으며, 심지어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를 주심 판사로 유지하고, 협의‧견제해야 할 부심 판사들마저 주심 판사보다 한참 후배들로 교체하여 주심 판사의 권한을 강화한 것은 재판부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처사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불법 계엄과 탄핵이라는 충격적인 현실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헌법재판소가 합리적인 판결을 내림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법부의 비상식적인 판단은 또다시 국민을 실망시키고, 사법 권력과 계엄 세력의 유착이라는 의혹마저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극단적인 사법부의 이상 행동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공정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정치에 개입하려는 사법부 최악의 악입니다. 사법부는 정치적 고려나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법치주의 원칙과 책임감으로 사명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그동안의 혼란을 넘어 정의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야 하며, 그 길의 바탕에 사법부의 공정함과 신뢰가 반드시 서 있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사법부에 엄중히 요구합니다.
1.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법부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지키십시오.
2. 국민이 지켜낸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십시오.
3. 사법부는 정치가 아니라 오직 법치로 말하십시오.
하나님은 공의를 세우기 위하여 사람을 도구로 사용하십니다. 사법부가 그 거룩한 도구가 되기를 소망하며, 정의로운 판결이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위하여 한국교회는 계속 기도할 것입니다.
2025년 5월 6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위원장 박재형 목사
총무 이훈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