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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7회 총회선언서




“새 역사 70년, 주의 사랑으로 구하소서!”

(창 50:15~21, 요 13:31~35, 엡 4:3~4, 시 31:15~16)


70년 전,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신앙 양심과 복음의 자유를 회복하고 자주적 신앙 전통과 화해와 일치의 에큐메니컬 정신을 세우기 위한 새로운 역사를 열었습니다. 그 과정 가운데 우리는 하나님의 공평과 자비를 실천하는 참 그리스도의 교회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고자 노력하며,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일구기 위해 그 생명, 평화, 정의의 가치를 온전히 실현하고자 헌신해왔습니다.

지난 70년의 역사는 한편 우리가 스스로 세운 정체성의 선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기복주의 신앙과 성장주의의 유혹을 뿌리치며, 반죽을 부풀리는 누룩과 같이 비록 소수이지만, 모두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생명력 있는 교회로 굳게 서고자 했습니다. 분열과 갈등, 정죄와 차별의 모래 위에 화려하게 지어진 바리새주의적 성전이 아닌, 가장 작고 약한 이들과 함께하며, 조건 없이 포용하고 환대하기 위해 가장 낮은 곳에 뿌리내린 바닥 공동체를 이루고자 분투했습니다. 반공주의, 뿌리 깊은 이념 갈등의 토대 위에 성장한 분단 세력과 선을 긋고 오직 민족 화해와 공존, 평화적 통일을 외치는 하나님의 전령 역할을 감당하고자 했습니다.

2022년 지금 우리는 대전환과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70년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은 더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착취로 인해 지구환경은 이제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훼손되었으며, 이로 인한 기후 위기는 초를 다투는 긴급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부의 양극화와 그에 따른 다양한 사회적 갈등은 점점 우리 사회를 분열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의 공정과 상식이 무너져가는 가운데, 각자도생을 위한 몸부림은 이제 나와 다른 존재를 악마로, 적으로 삼아 적대하고 정죄하는 방식으로 구조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 한국교회는 종교적 영향력은 고사하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역할마저도 온전히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교회는 이제 한국 사회 속에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화해와 통일을 방해하며, 개인의 무분별한 욕망의 실현을 부추기는 사회악으로 평가받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 가운데 새역사 70년을 맞이하여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우리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자 합니다.


1. 우리는 고통받는 이 땅의 모든 피조물이 우리의 이웃임을 고백합니다. 인간의 욕망의 희생 제물이 된 지구환경과 그 안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에 대한 책임을 깊이 통감하며, 하나님의 창조 안에서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었음을 자각합니다. 이제 인간의 욕망, 오직 개발과 이익을 추구하며 살아왔던 모든 생활방식으로부터 돌아서서, 불편하지만 모두를 살리는 생명과 공존의 방식을 모색할 것입니다.

2. 우리는 공존이 아니면, 공멸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자 합니다. 나만의 구원을 위한 열망에서 벗어나, 너와 나,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 그리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모두의 구원을 위한 연대와 실천이 그 공멸을 피할 유일한 길이며, 그것이 곧 이 땅의 하나님 정의가 올바로 세워지는 것임을 고백합니다. 무한 자유경쟁의 승리에 익숙한 우리의 삶과 신앙 양식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의 생명을 위해 패배하고 실패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고자 노력합니다. 성장과 개발의 논리를 고스란히 닮은 교회 성장주의를 거부하고 공존을 위한 자기 비움과 섬김, 모두의 구원을 향한 사랑과 희생을 가르쳐주신 그리스도의 정신을 올곧게 실천하는 참 교회가 되고자 정진할 것입니다.

3. 정전협정, 분단 7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남과 북을 갈라놓은 그 선이 또한 우리 가운데 서로를 반목하고 분열하게 만들어 왔음을 인정합니다. 더 이상 남북분단과 대결의 모래밭 위에서는 서로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없음을 우리는 지난 70년 동안 배웠습니다. 우리는 70년 분단의 선을 끊어내고 평화와 화해의 띠를 묶기 위해 정전협정을 종전선언으로, 종전선언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평화 체제의 반석 위에 굳건히 이룰 우리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미래를 함께 꿈꾸겠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사랑의 끈을 묶는 사람들입니다. 먼저 우리 가운데 놓여있는 분열과 갈등, 차별과 혐오, 불평등의 선을 끊어내고 그 자리에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의 끈으로 서로를 묶어내는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새역사는 지난 70년을 온전히 마주하고 성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 성찰이 앞으로의 70년을 화해와 평화, 정의와 사랑, 생명과 공존의 길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셨던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통해 이 땅 모든 피조물을 묶어 하나님의 구원으로 이끌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2021년 9월 22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제107회 총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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