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허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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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화요일
허병섭 목사님 돌아가셨다는 문자를 받고
(나를 패륜적이라 해도 좋아) 잘 가셨다는 생각이 들었음.
뭔가 안도의 한숨이.
목사님 너무 오래 앓으셔서
사실 걱정이었고
목사님 돈도 없으시고(조금 있는 돈 아프시기 바로 얼마 전 어느 단체에 전액 희사)
자녀들도 그렇고
그래서
아프시고 나서
모금을 했는데
예상보다 모금이 잘 되었음.
안성기도 오고
무슨 영화 감독도 오고.
그리고 또 세월이 지나니
한 3년
돈이 다 떨어진 거야
거의
모금한 그 돈이.
그때 마침 목사님이 가신거지.
목사님 안녕히.
12~13년 전 즈음
목회를 하기가 싫어
목사가 되기 싫어
잠시 고민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내 나이 30대 중반 즈음.
수능 다시 봐서
한의대 진학하여 한의사가 되어볼까
이런 생각을 잠시 했지.
한 1년 공부하면 지방 한의대 정도 갈수 있지 않을까?
(그때 생각에 성공 가능성은 반반 - 내 생각에)
한의대?
왠 한의대?
아 돈벌려고.
뭐 그런 고민을 잠시했는데
아이들은 크고 있고.
그러다
짧은 휴가가 났다.
피정을 할 수 있는.
난 갑자기
허병섭이 생각났다.
난 허병섭을 알지만
그는 나를 모르지.
왠지 그와 이야기하면 뭔가 풀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아니 그냥 그런 이야기를 주절 주절 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
번호를 수배하여.
그때 그가 무주에 살았지.
> 여보세요?
- 네, 여보세요.
> 저는 전남에 있는 기장 목사 OOO라고 합니다. 제가 진로문제로 고민이 되어 찾아뵙고 목사님과 의논을 하고 싶은 데요. 저를 모르실테고, 좀 뜬금없지만 그렇습니다.
- 아 그렇군요. 하지만 저는 선배 목사로 해 줄 이야기는 없어요. 그렇다면 오실 필요 없고요. 하지만 나와 막걸리를 한잔 하고 싶다면 막걸리를 사들고 내 집으로 오세요. 같이 막걸리를 먹어줄 순 있어요.
(그 다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주요한 대와는 여기까지이다.)
나는 결국 무주를 찾아가지 않았고 대신 천안 디아코니아를 갔으며
수능을 다시 쳐보지 않았고 지금처럼 그냥 교회에서 살았다. 주욱.
그분이 돌아가셨다니
그날 통화가 생각난다.
난 왜 그에게 전화를 했을까?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뻘쭘하게.
아마도
아마도
그하고 이야기하면 원가 편안할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들었나보다.
그냥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언덕 같은 생각이 들었나보다.
그러니까 그렇게 잘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지.
(내가 전에 그를 본 것은 20대 초반 동월교회를 교회 친구들과 순례차 찾아간 단 한번)
나는 그때 그와 막걸리를 마시지 않았지만
그래서 후회도 없지만
나는 내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지만
지금 드는 생각은 그런 거야.
나도 그렇게 언덕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누군가가 삶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냥 막걸리 같이 먹을 수 있는 그런
언덕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 말이외다.
오늘 저녁 막걸리 한잔 할까봐.
목사님 안녕.
뭐라 할 말이 없어요.
하지만 집사님 아세요?
허병섭집사님이 흔치 않은
진짜 중 한분 이라는 거.
(사실 추모시를 한편 쓰고 싶었는데.)
성인 같은 호칭은
허집사님 한테나 어울리는 것입니다.
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