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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체험담(저, 임신했어요)

최윤식 (익산노회,울밖교회,목사) 2021-01-26 (화) 16:10 3년전 913  

이제 정년 은퇴가 다가옵니다.  45년에 가까운 목회 발자취가 회상이 됩니다. 아래 글은  목회하면서 실재 경험했던 이야기입니다.

, 임신했어요

옥구 성화교회에 부임하여 첫 심방을 시작했다. 셋방살이하고 있는 안00집사님 댁에 심방을 갔는데 인상을 찌푸리고 영 반기는 기색이 없었다. 예배를 드리는 중에도 여전히 침울한 모습이었다. 웬일인가 궁금하여 물었다.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세요? 왜 인상이 어두우세요?”

본인은 묵묵부답인데 셋방집 주인인 권사님이 답변하신다.

아들을 못나서 그래요. 시댁이 삼대독자 집안이어서 아들을 간절히 바라는데 딸만 둘 낳고 아들을 못나서 쫓겨났데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아들 필요하면 하나님께 달라고 기도하고 낳으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교인 집으로 심방의 발걸음을 옮겼다.

 

석 달쯤 지난 후 안집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이 말씀하시기를 기도하면 하나님이 아들을 주신다고 해서 저 임신했어요. 꼭 아들 낳게 기도 많이 해주세요.”

이게 뭔 말이여! 내가 언제 하나님이 아들을 주신다고 확정적으로 말했나. 아들이 필요하면 아들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라고 했을 뿐이지. 하지만 A집사님은 기도하면 하나님이 아들을 주신다는 말로 알아들었나 보다. 큰일났다 싶었다. 만약 그 집사님이 아들이 아니라 딸을 낳으면 나를 얼마나 원망할 것인가. 최악의 경우 믿음에서 실족할 수도 있겠다 싶어 걱정이 앞섰다. 심적 부담이 컸다. 하지만 어떡하랴. 이미 임신을 했다는데. 하나님께 매달리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나는 A집사님에게 하루도 빠지지 말고 새벽기도회에 나와 기도하라 권하고 교인들에게도 광고하여 그녀가 꼭 아들을 낳을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다.

 

A집사님은 정성껏 새벽기도에 나왔다. 비가 오나 천둥이 치나 나왔고, 입덧을 심하게 하면서도 나왔다. 아들 날 때까지는 새벽기도 한번 안 빠진다며 먼 외출도 삼갔다. 그만큼 절박했었나 보다. 시댁 부모님한테 버림받았으니 마음 상처가 컸을 터이고, 쫓겨나 셋방살이하고 있으니 서럽기도 했을 것이다. 오직 아들 낳는 것이 여자로서 권리를 회복하는 길이요, 시부모에게 인정받는 길이요, 떳떳이 살아갈 수 있는 방편이기에 아들을 얻기 위하여 정말 애절하게 하나님께 매어 달렸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의 배가 점점 불러왔다. 교인들의 관심이 온통 그의 배에 쏠려 있었다. 만삭이 되어갈 즈음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내 귀에 들려왔다.

배가 앞으로 내민 걸 보니 딸 같아!”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궁금했다. 출산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 말이 아들이냐 딸이냐에 따라 임산부 배 모양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들일 경우 임신부 배가 옆으로 펑퍼짐하게 퍼지고, 딸일 경우 앞으로 불룩 내민다는 것이다. 그런데 A집사의 배가 앞으로 내민 모양이어서 딸일 가능이 크다는 것이다.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안 되는데, 딸이면 절대 안 되는데... 오 하나님!”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하는 것이 기도자의 올바른 태도지만 이 경우는 그런 기도가 허용되지 않았다. “어쨌든 아들을 주옵소서.”가 기도의 제목이었다. 아들이 아니면 몰아칠 폭풍이 거셀 듯싶었고, 그 폭풍을 감당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출산 기일이 되었다. 산통이 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들이냐 딸이냐? 긴장되고 관심이 온통 거기에 쏠렸다. 초조하게 해산 소식을 기다리는데 연락이 왔다. 아들을 낳았단다. 할렐루야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나 감사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그것은 시어머니의 고백이다. 당시는 여자들이 집에서 해산하던 시절인지라 여자가 해산하면 가족이나 이웃들이 해산을 도왔다. 집사님의 경우 시어머니가 해산을 도왔는데 태가 딸 태인데 아들이 나왔다면서 하나님이 주신 아들이라고 고백하더라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안 사실인데, 아이가 출산할 때 태반을 깔고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남아와 여아의 태반 모양이 다르다고 한다. 여아의 태반은 평평하고 남아의 태반은 주름처럼 까칠까칠한 모양이란다. 그런데 집사님 아이의 태반은 평평하여 여아의 모양인데 고추를 달고 나왔으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어머니는 배 모양도 딸 모양, 태도 딸 태인데 아들이 나왔으니 이는 자궁 밖으로 나오면서 하나님이 고추 하나 달아 내보낸 것이 틀림없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어쨌든 기뻤다. 감사했다.

 

한나는 결혼 후 한동안 아이를 낳지 못했다. 마음이 괴로웠다. 성전에 나아가서 통곡하며 기도했다. 엘리 제사장이 그 모습이 안타까워 하나님이 네가 기도하여 구한 것을 허락하시기를 원하노라.”고 축복해 주었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서 음식을 먹고 얼굴에 다시 근심 빛이 없었다.(삼상1:9~18) 하나님의 종 제사장의 축복 선언을 확실히 믿고 받아들였다는 증거이다. 기도하는 한나에게 술주정하지 말라고 할 만큼 분별력 없는 제사장이었지만 그가 하나님의 종임을 인정하고 그의 축복을 받아들이고 신뢰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믿음이다. 한나는 임신했고 사무엘이라는 아들을 낳았으며 그의 아들은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었다. 주의 종의 말이 믿어지고 가슴에 박히면 이는 은혜 받을 징조이다.

A집사님은 주의 종의 말을 믿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주의 종의 말에 순종하여 정성껏 기도했다. 하나님은 그러한 A집사님을 돌아보시고 그의 기도에 응답하셔서 원하는 아들을 주셨다.

아들을 낳은 집사님은 곧바로 시댁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아버지가 운영하던 정미소를 유업으로 상속받았다. 집사님은 교인들이 기도해줘서 고맙다고 돼지 한 마리를 내놓았다. 교회에서는 돼지를 잡아 성대한 잔치를 벌이며 모두가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또한 집사님은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하다며 교회를 건축할 때 적지 않은 헌금을 했다. 아들을 자연적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셨다고 확실히 믿었기에 할 수 있는 신앙적인 모습이었다. 한나가 기도하여 얻은 아들 사무엘이 온 백성에게 존경받는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었던 것처럼 A집사님이 기도하여 낳은 아들도 사무엘처럼 하나님을 경외하며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성경에 이르되 누구든지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하니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이 없음이라. 한 분이신 주께서 모든 사람의 주가 되사 그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부요하시도다.”(로마서 1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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