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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은 지역의 어르신

최윤식 (익산노회,울밖교회,목사) 2020-05-29 (금) 15:40 3년전 2225  

목사님은 지역의 제일 어르신

 

  R장로님은 지역 유지이시다. 주유소,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하시고, 새마을 지도자요, 지역 로터리클럽 회장이기도 하시다. 장로님은 지역의 행사 때나 어린이집 졸업식 때 지역의 기관장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기관장들과 식사를 하게 되면 목회자인 나도 꼭 초대하셨다. 그 때 나의 나이는 30대 초반, 장로님은 50대 중반이셨다

   

  내가 식당에 들어서면 일찍이 식당에 오셔서 기다리시던 장로님은 벌떡 일어나서 정중히 나를 맞이했다. 당시 지역 기관장들은 50대 중 후반의 나이였다. 기관장들이 지역의 지도자들이고, 나이도 나보다 훨씬 위인지라 나는 식당에 들어서면 윗목 구석에 가 앉았다. 그러면 장로님은 내게 다가와 나의 팔을 잡아끌며 아랫목에 앉으라 하신다.

  목사님이 우리 지역의 제일 큰 어르신입니다.” 하시면서...

  장로님과 나 사이에 한참 실랑이가 벌어진다. 아랫목에 앉으라느니 윗목에 앉겠다느니. 결국 내 고집이 더 세서 윗목에 자리를 잡지만 장로님은 여러 가지 반찬을 챙겨주시면서 식사가 마치기까지 목사님이 우리 지역의 제일 큰 어르신입니다.”라고 두세 번은 하신다. 장로님이 그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송구스럽고 계면쩍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얼마지 않아 기관장들이 하나둘 교회에 나와 등록을 했다. 물론 장로님의 열성적이고 반 강압적인 전도 때문이다. 지서장, 우체국장, 면 총무계장, 이장들이 교회에 나왔다. 그리고 아들 같은 목사의 설교를 경청하였다. 1년이 넘게 교회 출석한 후에는 아들 같은 목사 앞에 무릎을 꿇고 세례를 받았다. 그분들이 목사를 하나님의 종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사를 존대하고 높이는 장로님의 태도가 그들에게 목회자를 <어르신>으로 각인시켰고, 그래서 나이를 초월하여 아들 같은 목사에게 신앙지도를 받게 된 것이다.

 

  장로님이 목사님이 우리 지역의 제일 어르신입니다.”하실 때 목회자의 영적 권위를 높이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하셨는지, 그저 무의식적으로 하셨는지 직접 물어보지 못해 그 의도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지역의 유지요, 교인의 대표인 장로님이 목회자를 존중하며 높여줌으로 목회자의 권위가 서고, 그 권위는 선교와 교인들 신앙지도에 지대한 도움이 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내가 그 교회에 부임한 것은 준목시절이다. 준목은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목사고시에 합격한 목사후보생이다. 목회경력을 쌓고 안수를 받으면 목사가 되는 것이다. 준목인 나에게 장로님은 목사님이라고 불렀다. 나는 장로님의 잘못을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장로님, 저는 아직 목사가 아닙니다. 준목입니다. 준목이라고 불러주세요.”

  장로님은 빙그레 웃으시면서

  신학 공부도 마쳤고, 목사고시도 합격하여 자격도 갖췄고, 안수만 하면 목사님이 되실 텐데 번거롭게 준목이라고 부를 거 있습니까? 준목이라고 부르다가 잠시 후 목사라고 바꿔 부르면 교인들도 헷갈릴 테니 그냥 목사님이라고 부르게요.”

  그러고서는 계속 목사님이라고 부르셨던 장로님이시다. 그러고 보면 장로님은 목회자의 권위를 중히 여기셨고, 그 권위를 강화하기 위하여 <목사님은 우리 지역의 제일 어르신>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다.

  그 장로님으로 인하여 나는 목회에 큰 힘을 얻었다. 수 없는 약점과 부족을 지니고 있는 내 자신이 <지역의 제일 큰 어르신>이라는 말로 약점은 덮어지고, 권위 있는 주의 종으로 인정받아 목회사역을 역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목회자는 권위의식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영적 권위는 지녀야 한다. 바울 사도는 젊은 목회자 디모데에게 누구든지 네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라.”고 당부한다. 그러면서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있어서 믿는 자에게 본이 되라고 권면한다.(딤전4;12) 목회자는 영적 권위를 지니기 위하여 본이 되는 생활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교인들은 목회자를 존중하고 받들어서 힘 있게 하나님의 일을 수행하도록 뒷받침 해 주어야 한다.

<백로의 멋진 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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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를 잡아 식사하는 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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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2020-05-29 (금) 21:53 3년전
감동입니다.
좋은 글,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목사를 존중하고 교회를 자랑함은 전도의 기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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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식 2020-05-30 (토) 22:03 3년전
항상 좋은 평으로 용기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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