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인도’하는 예배의 경우
이런 일은 아주 드뭅니다.
우리 교회 주일예배 분위기가 무겁다는 말이 아닙니다.
가끔 박수치면서 찬송합니다(특히 성찬식 직후 찬송).
교회소식 순서에서는
많이 웃지요.
요즘은 예배를 이벤트업체 관계자가 행사 준비하는 것처럼 하는 것 같습니다.
준비는 그렇게 철저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정성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준비를 마친 후
제가 품는 예배의 이상(理想)은
단순하지만 본질에 집중하는 예배입니다.
폼(form) 잡지 않아도
거품(foam)이 없어도
예배의 시간과 공간이 특별하지 않아도
회중이 많지 않아도
선동이 없어도
찬송 소리가 아름답지 않아도
이런 것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영과 진리 안에서 드리는 예배이지요.
이 이상을 추구하다보니
예배 순서가 단순한 편입니다.
예배가 인도자(또는 설교자) 원맨쇼로 오인되지 않기 위해
인도자가 주목받지 않게 하고
그래서 인도자 멘트가 없거나, 하더라도 최소화합니다.
(설교에도 이런 이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예배 시작 직전에 조용히 강단에 오른 후
강대상 바로 뒤에 무릎 꿇고(다리가 아파서 약식으로)
기도하다가 시간이 되면 일어나서
시편 말씀 짧게 낭독하는 것으로 예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번 주일에는
강대상 아래에서 예배 시작 카운트하고 있는데
1분 전 쯤, 왼쪽 측면 회중석 앞자리에서
침묵을 깨는 여자 아이(유아) 소리가 났습니다.
예배가 곧 시작되니
아이를 유아실로 데리고 가려는 아빠와 아이의 실랑이였습니다.
아빠는 조용하게 타이르니 제 귀에 안 들리고
아이의 목소리만 들렸습니다.
“여기 있을래-잉”
이내 진정된 느낌이 들어서
일어나 강대상 앞에 섰을 때
아빠가 안 되겠는지, 아이를 안고 통로로 빠져나가는데
아이가 뒤돌아 저를 보면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목사님-!”
아이는 여기서 예배드리게 해달라고
목사님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이런 기특한 호소를 듣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하고 있는 목회자의 모습에
회중들이 웃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예배 시작 직전의 긴장을 뚫고 나오는 웃음들이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이런 걱정이 들었습니다.
자기 아빠를 말리지 않은 ‘목사님’에게 아이가 섭섭해 하지 않을까?
이런 일을 수년 전에 겪었기 때문일 겁니다.
송구영신예배 때의 일입니다.
영신(迎新)예배 성찬식을 거행하는데
교회 남자 아이가 우측 벽 쪽에서 지켜보더군요.
생소한 예식을 구경하는 것이라고 여겼는데
예배 후 로비에서 인사할 때
저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목사님이 자기한테도 빵 조각을 줄줄 알고 기다렸는데
‘빵 그릇’을 꽝하고 닫아버리다니...
이런 섭섭함이 저를 보고 터져 나온 것이지요.
졸지에 아이를 울린 목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후 영신예배 성찬식은
개방 성찬 open communion 형식으로 합니다)
그러나 저러나
왜 아이들이 “목사님”하고 불러주면
기분이 으쓱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뻐기는 것은 분명 아닌데요.
註 - - -
(1) 예배 시간에는 그 아이가 누군지 오판했습니다. 수원 근처로 이사 간 교인의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저에게 “목사님-!”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목사님이다!”라고 했다네요. 도와달라는 것이라기보다는 반가운 인사에 가깝다는 것이 제 해석입니다~
(2) 우리 교회 유초부 아이들, 중고부 학생들을 보면 왜 이리 기특한 마음이 들까요. 추수감사주일 앞두고 중고부 학생들이 추수감사주일 강단에 놓을 화분을 키우고 있다네요(집에서 가꾸어서 가져온다고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이지요? 고맙습니다.
(3) 며칠 전 마침내 독서용 안경(비상용) 맞추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너무 일찍 일어났네요. 새벽잠이 없어진다더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