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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장례식

이상호 (대전노회,공주세광교회,목사) 2018-07-17 (화) 08:05 5년전 2533  


예정에 없던 장례식


사람은 누구나 예고 없이 간다. 출생 순서는 있을지 모르지만 생을 마감하는 순서는 없다. 따라서 다 예정에 없으나 예정된 장례식이다. 아니 누구나 한 번은 가야 한다.


오랜만에 참석한 세미나와 이웃교회 부흥회, 그리고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충남지역회 등 분주한 주간이었다. 이동 중에 전화벨이 울린다. 여러 번 병문안을 갔던 마을에 살던 손정숙씨가 소천했다는 비보였다. 식사와 말을 못하는 환자였다. 담낭(쓸개)제거수술을 했는데 나타난 현상이었다. 심방을 했지만 진전이 없어서 답답했다. 나중에 노인요양원에 계셨는데 막내딸의 정성에 다녀오기도 했다.


목사의 관심은 영혼이다. 나는 환자에게 복음을 제시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받아들였다. 딸은 녹화해 두었고 불신 아버지에게 보여주며 기독교식으로 장례식을 하기로 했으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그는 교회에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순간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다. 전도하기 위해서는 불신자들을 접촉해야 하는데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생각해보니 교회가 서 있는 주봉리에서 장례주관은 처음인 것 같다. 성도들 장례는 시내 아니면 타지역 선산이었지 주봉리 23년 만에 지역 주민 장례식 주례는 처음이다.


장로와 상의하고 교회카톡에 알리고 우선 상가를 방문하여 조문과 장례절차를 상의하였다. 입관식은 두 딸이 다니는 교회 목사가 맡아주기로 하였다. 13일 새벽 7:20 장례식을 가졌다. 그야말로 예정에 없던 장례식이다. 8남매와 손자녀들까지 많은 식구들이 교회식으로 앉아 엄숙하게 장례예식을 가졌다. 8남매 중 절반이 믿는 가정이기도 하고 협조를 잘 해주어서 은혜롭게 예식을 마쳤다.


장례 차는 살던 집을 돌아 주봉리 선영에 도착했다. 산에서는 포크레인이 열심히 묘소를 만든다. 장지까지 두 장로와 이권사가 함께 하였다. 운구가 늦어지며 7월 폭염이 시작되었다. 예정에 없는 장례식에 동행한 성도들이 참 고맙다. 하관식까지 잘 마쳤다. 대개 하관식은 불신자들이 많아 시끄러운 분위기가 되기 쉬운데 엄숙했다.


아주 특별한 장례식이었다. 다시 펜을 든 것은 에피소드를 나누기위해서다. 순서지를 만들지 않으려다가 불신가족들을 위해서 찬송가와 성경을 나누기 위해 밤늦게까지 순서지를 만들었다. 찬송가는 가사만 실었다.

찬송 607장 내 본향 가는 길


1. 내 본향 가는 길 보이도다 인생의 갈 길을 다 달리고

땅 위의 수고를 그치라 하시니 내 앞에 남은 일 오직 저 길


2. 주 예수 예비한 저 새 집은 인생의 갈 길을 다 달리고

거기서 성도들 즐거운 노래로 사랑의 구주를 길이 찬송


3. 평생에 행한 일 돌아보니 못다한 일 많아 부끄럽네

아버지 사랑이 날 용납하시고 생명의 면류관 주시리라. 아멘.


참 은혜로운 찬송이다. 특히 교회에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고인을 추모하며 “평생에 행한 일 돌아보니 못다한 일 많아 부끄럽네 아버지 사랑이 날 용납하시고 생명의 면류관 주시리라”부르려고 택했다. 찬송가를 펴려다가 잘 아는 찬송이니까 순서지 가사를 보고 선창을 하여 이끌었다. 셋째 줄쯤 불렀을 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 찬송가를 펴보니 다른 곡조로 부르기 시작했다. 신비로운 것은 다른 곡으로 불러도 가사가 별 문제없었다는 것이다. 뒤늦게 수정을 해도 이상할 것 같았다. 다시 찬송가를 덮고 3절까지 엉터리 찬송을 마쳤다. 원곡만큼 은혜롭진 못했지만 회중은 이상하다 느끼면서도 잘 따라주었다. 양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장례식이었다. 찬송을 잘 부르는 김전도사가 없어서 아쉬웠던 순간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길 떠난 나그네이다. 믿는 자들은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며 돌아간다. 하나님께로부터 왔으니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모두 잘 돌아가길 바란다. 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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