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 맘 때쯤
서쪽 화단에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습니다.
십 수 개 정도의 싹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소중하더군요.
화단의 환경은 해바라기한테는 불리했습니다.
나무 그늘이 긴 곳이라
‘해 바라보기’가 쉽지 않았지요.
해바라기 난 것을
아버지에게 자랑삼아 말씀드렸더니
몇 그루 달라고 하셨습니다.
아까웠지만 가장 못난 세 그루를 아버지 뜰로 이주해드렸습니다.
환경이 중요하더군요.
우리 화단의 해바라기들이 크게 자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아담한 꽃을 피우고 열매도 이렇게 맺었지요.
그런데
작년 가을, 낮인지 밤인지
도둑놈이 와서 해바라기 목을 다 끊어가 버립니다.
철물점에서 구입한 ‘정품’ 지주대까지 가져가버렸고요.
한 달 전
남쪽 화단에 생길 빈 공간을 보다가 문득
이주시킨 볼품없던 그 해바라기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다시 오게 된
그 해바라기들이
‘주님의 뜰’을 환하게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