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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석

머리말

윤기석 (경기노회,수원교회,목사) 2010-08-23 (월) 16:11 13년전 4794  

보고 싶고 그리운 000님께

 

저는 요즘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실감하며 살아갑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던 목회현장을 떠난 지도 벌써 만 5년이 지났습니다. 몇 달 전 따로 사는 아들 부부와 함께 식사를 하는 중에 자부가 물었습니다. “아버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래 참으로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다.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자고 싶은 대로 자고, 놀고 싶은 대로 놀고, 가고 싶은 대로 가고,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전에는 아침저녁으로 시간에 쫓기면서 분주하게 살았는데, 지금은 완전 자유인으로 한가하고 여유 있게 살아가니 정말 좋구나. 그러나 한 가지 문제는 있단다. 그것은 비록 시간에 쫓기지는 않지만, 지금은 세월에 쫓기면서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제 아내를 아는 사람들은 자주 제 아내의 안부를 묻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깨어진 항아리 때워서 습니다.” 한 10여 년 전에는 그 항아리가 완전히 깨어질 것 같은 위기도 있었지만, 그러나 지금은 많이 회복되어 아쉬운 대로 써 먹을 만한 정도가 되었습니다. 맛있는 것 먹는 곳이나 재미있는 것 보는 곳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다닙니다.

 

은퇴한 직후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의미 있는 세월을 보낼까 생각하던 끝에, 참으로 가당치도 않은 엉뚱한 생각을 하나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재미있고 감동적인 선교용 소설을 하나 썼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개독교라고 불릴 만큼 세인의 조소거리가 되어 있는 한국교회를 배경으로 하되, 그러나 한국교회가 왜곡시킨 기독교 진리를 바르게 세우고 기독교의 참 모습을 드러내는 내용을 담고 싶어 했습니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어도 뛴다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3년이면 풍월을 한다는 그 서당 개도 웃을만한 참으로 웃기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소설 쓰는 방법을 배우기 위하여 먼저 다른 사람들의 소설을 많이 읽기로 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책들을 읽었습니다. 눈이 침침하고 목이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불철주야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쓰고 싶은 소설 내용의 큰 줄거리도 구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책에서 읽은 한 어리석은 사람의 모습이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해가 지기 전에 출발지점까지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땅만 많이 차지하려고 해가 넘어가는 것도 잊어버리고 앞으로만 계속해서 나갔다가, 너무 늦게사 해가 기우는 것을 발견하고 서둘러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러나 너무 지치고 기진맥진하여 돌아오자마자 곧 죽어버렸다는 그 욕심 많은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걸작이 될 뻔한 명품소설에 대한 욕심을 접어두고, 우선 내 짧은 인생의 해가 지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들을 찾아보고, 쉬운 일부터 하나씩 끝을 맺어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은퇴 후 의욕적으로 계획했던 일을 중단하게 된 더 큰 이유는 백수가 과로사 했다는 말 그대로 요즘 들어 저도 너무 바빠졌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많은 시간을 딸이 경영하는 약국에 나가 셔터맨 겸 도우미의 일을 하게 되었고, 또 금년 1월부터 자의반타의반으로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경기도 상임대표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6.15실천사업은 의외로 일이 많습니다. 회의도 많고 강연회도 많고 행사도 많습니다. 구체적인 일들은 물론 직원들이 하지만, 그러나 상임대표로서 한 달에 한 번씩 나오는 회지에 여는 말 쓰는 것과 행사에 따라 다니는 것만으로도 힘이 듭니다.

6.15사업추진위원회에는 여러 종단, 정당, 시민단체들이 참가하고 있는데, 여기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꿈꾸고 밝은 내일을 설계하는 것은 참으로 보람 있는 일로 생각됩니다.

 

흔해빠진 것이 설교집인데, 또 설교집을 내는 데는 다소 망설여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힘들여 작성한 설교들이기 때문에 그냥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낳은 새끼가 제일 귀엽다고 하지 않습니까? 여기에 수록된 설교는 1편을 빼고는 1996년 중반부터 1997년 중반사이에 수원교회에서 한 설교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다음 설교집에서 다시 인사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성은 중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2010년   8월 1일  윤 기 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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