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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람들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3:23 13년전 3531  

                                            

 

                                                     2009년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람들



2009년은 유독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한겨울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추기경은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습니다. 그를 떠나보내던 겨울날씨만큼이나 차갑고 냉랭하게 얼어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를 그 분은 이 한마디 말로 녹여주고 떠났습니다.  
  5월 23일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 봉화마을의 뒷산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세상을 떠났습니다.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이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노무현은 불꽃같이 살아온 자신의 삶의 심지를 스스로 꺼버렸습니다. 자신을 대통령으로까지 만들어주었던 정치적 청렴과 도덕적 권위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현실 앞에서 그는 괴로움과 자괴감에 몸을 떨다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를 지지하고 사랑했던 많은 국민들은 더럽게 모욕을 당하고 사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죽어 없어짐으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자했던 그의 죽음이 승부사(勝負師)로 살아온 그의 마지막 승부였다고 말했습니다.  
  6월 25일 세계인의 사랑을 받던 마이클 잭슨이 5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5살의 나이에 패밀리그룹 Jackson5의 막내로 데뷔한 이래 그는 전 세계적으로 7억5천만장이라는 앨범을 팔아치운 경이적인 기록을 보유한 팝의 황제였습니다. 돈을 노린 거짓고소로 드러난 아동성추문 파문, 성형중독설, 파산설 등 각종 루머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노래하고, 인종차별과 아동학대, 범죄를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불렀던 평화의 메신저였습니다.
  8월 1일 필리핀 민주화운동의 주역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는 독재자 마르코스의 손에 남편이 암살당하자 남편의 후광을 입고 1986년 대통령선거에 나서서 마르코스의 부정선거를 민중의 힘으로 이겨내고 대통령에 당선된 필리핀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습니다.
  8월 18일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이자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인동초(忍冬草), 행동하는 양심으로 불렸던 한국민주화운동의 상징 김대중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며 권력의 오만을 견제하고 깨뜨릴 힘은 오로지 국민에게 있음을 깨우쳤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의 죽음 앞에서 ‘내 몸의 절반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당해야 했던 그는 끝내 그 슬픔의 끝자락에서 나머지 반쪽 자신의 몸마저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는 지난 12월 19일 인터넷판을 통해 올해 세상을 떠났지만 잊혀지지 않을(Gone but not Forgotten) 저명인사의 한사람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꼽았습니다.
  8월 25일 존 F.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의 막내동생이자 미국 진보정치의 상징인 에드워드 M. 케네디 상원의원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1962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46년간 상원의원을 지내며 미국사회의 정치개혁과 사회보장의 확대에 앞장서 온 그는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2009년 들어서도 오바마정부의 개혁정책의 상징인 의료보험개혁입법안의 통과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개혁적인 정치가였습니다. 평생을 미국사회의 진보를
위해 헌신해 온 그의 죽음 앞에 미국인들은 정파를 초월해 깊은 애도를 표하였습니다.  
  10월 31일, 박정희 정권아래서 대통령비서실장, 중앙정보부장을 지내며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이후락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중앙정보부장시절 김대중 납치사건을 주모한 당사자였던 그는 1980년 전두환의 신군부에 의해 권력형 부정축재자로 찍혀 정계에서 강제 퇴출당했습니다. "떡(정치자금)을 만지다보면 떡고물이 묻는 것 아니냐"는 그의 평소 지론은 그를 부정축재자로 몰아낸 신군부에게 정치적 유훈(遺訓)이 되어 단군이래 최대도적이라는 전두환과 노태우의 등장을 불러왔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2009년에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성상납이라는 추악한 연예계의 관례를 죽음으로써 고발한 장자연의 자살(3/7일)을 비롯해, 탤런트 여운계(5/22일), 영화배우 도금봉(6/3일), 장진영(9/1일), 영화감독 유현목(6/28일), 성악가 오현명(6/24일), 영화 ‘사랑과 영혼(1990)’의 주인공 페트릭 스웨이지(9/14일) 등 방송연예계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던 분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정계에서는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과 서울시장을 역임한 박세직(7/27일), 김대중 정부에서 주일본대사를 지낸 조세형 의원(6/17일), 진보적인 정치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장을병 선생(7/5일)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교계(敎界)에서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의 창립자 김준곤 목사(9/29일), 범민련 남측본부의장을 역임한 강희남 목사(6/6일), 미국 오순절파 성령운동의 지도자 오럴 로버츠 목사(12/15일)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들 중에는 명예를 남긴 사람도 있고 오명(汚名)을 남긴 사람도 있습니다. 장수(長壽)한 사람도 있고 요절한 사람도 있습니다. 권력을 쥐고 남을 핍박하던 자도 있고 권력에 의해 핍박받던 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 모두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권력과 부(富)와 인기를 다투던 인생의 승자도 패자도 모두 하나같이 떠났습니다. 죽음을 향해 걸어 간 그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우리 산 자들에게 조용히 말하는 듯합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모두가 결국은 버리고 갈 것뿐입니다. 홀가분하게 사십시오’
<모진 세월 가고 / 아아 편안하다 /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 참 홀가분하다>(박경리 유고시 ‘옛날의 그 집’ 중에서)
<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의 어떠함을 알게 하사 나로 나의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 (시39:3)

(200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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