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
 
 
 

정권(政權)은 짧고 인권(人權)은 영원하다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3:21 13년전 3214  

                                       정권(政權)은 짧고 인권(人權)은 영원하다



많은 사람들은 300여년 가까이 로마제국의 박해를 받던 기독교가 대체 어떻게 로마제국을 영적으로 재패하고 마침내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었는지 의아해 합니다. 가난한 갈릴리 어촌을 중심으로 유대교의 한 종파운동으로 시작했던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이 어떻게 당시 세계를 재패하고 있던 로마제국을 영적으로 제압할 수 있었을까요? 그 힘은 바로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평등하고 자유로운 존재라는 성서의 진리가 가지는 파괴력이었습니다. 예수를 구세주로 고백하는 무리들이 유대교와 결별하고 교회라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기독교라는 새로운 종교운동을 활발하게 벌여나가던 1∼2세기 당시, 로마제국의 수도인 로마에 거주하는 주민의 75%는 로마법에 따라 노예이거나 노예의 후손들이었습니다. 당시 노예는 법에 의해 사람의 권리(人權)를 보호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인의 재산증식을 위한 ‘자산(資産)’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따라서 노예는 주인의 ‘소유물’이기에 주인의 혹사(酷使), 잦은 폭력, 성적(性的)착취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고, 자신의 불만을 해소할 마땅한 수단이나 자신의 불행을 타개할 사회적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혼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그저 나귀처럼 ‘말할 줄 아는 일하는 짐승’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로마제국과의 전쟁에서 패해 속국(屬國)이 된 나라에서 끌려온 전쟁포로들, 여자들, 어린아이들, 그리고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들은 이처럼 최소한의 사람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그저 주인의 일을 하기 위해 사육되는 짐승처럼 살아야했습니다.

이들에게 기독교가 전한 메시지는 폭발력을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인간은 유일하신 하나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황제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근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선포는 로마제국의 질서를 뿌리부터 흔드는 혁명적인 것이었습니다. 로마제국의 지배자들은 기독교가 전하는 메시지가 피지배민족과 노예들 사이에서 반란의
불을 지필 수 있는 휘발성이 매우 강한 위험한 주장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기독교인들은 로마의 신들과 황제를 신으로 숭배할 수는 없다는 단 한 가지 외에는 로마제국에 세금을 내는 등 로마제국의 법과 통치 질서를 존중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당국이 기독교인들에게 그 어떤 관용도 베풀지 않은 이유는 기독교인들이 모든 인간의 존엄을 선포했기 때문입니다. 황제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평등하고 자유로운 존재로 지음 받았다는 사실 앞에서 인간 개개인을 인종, 민족, 계급, 성별(性別), 부(副), 권력, 교육, 신분에 따라 차별하고 억압하고 착취하는 그 어떤 사회제도도 설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다>(고전12:13)는 기독교의 복음은 당시 로마제국의 질서 아래에서 ‘종’으로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에게 ‘기쁜 소식’, ‘복된 소식(福音)’이었습니다. 이들에게 기독교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곧 인간의 존엄을 되찾는 것을 의미했으며, 로마제국의 박해에 죽음으로 맞서며 신앙을 지키는 것은 곧 자유를 위한 저항이었습니다. 300여년의 혹독한 박해의 세월을 이겨내고 기독교가 로마제국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오늘은 성서주일이자 인권주일입니다. 서구 근대시민혁명의 천부인권설(天賦人權說)은 바로 성서의 이 정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서주일과 인권주일이 같은 날이라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사회는 최근 인권현실의 급속한 퇴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세계인권의 날인 12월 10일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노엄 촘스키 미국 MIT공과대학 석좌교수 등 국제적 저명인사 173명이 ‘이명박 정부는 반민주적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성명에는 하워드 진 미국 보스턴대학 명예교수, 조지 갤러웨이 영국 하원의원 등 20개 국가의 저명인사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해 촛불집회 탄압에 이어 올해 더 많은 진보단체와 민주적 시민이 탄압을 받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진보적 단체, 민주적 시민들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 24일 방한한 아이린 칸(Irene Khan) 국제엠네스티 사무총장은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참사에 대한 정부의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대응,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훼손, 무분별한 공권력 집행과 과도한 무력의 남용, 헌법이 보장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통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착취, 억압의 문제 등 우리사회의 퇴보한 인권의 현주소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심각하게 퇴보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인권현실은 이제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현 정부 들어 그 독립성과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현실이 주는 자괴감을 못 이겨 스스로 위원장직을 사퇴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 인권은 진보와 보수, 여(與)와 야(野)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가 수호해야 할 ‘하나님으로부터 받은(天賦)’의 신성한 권리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권리를 짓밟는 것은 곧 하나님을 짓밟는 것입니다. 그 어떤 권력도 인권을 유린하고 영원한 영화를 누린 권력은 없습니다.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잘 먹고 잘사는 국민성공시대의 미몽에서 깨어나 또다시 유린당하는 이 땅의 인권현실에 눈을 떠야 합니다. 기독교는 어느 정파(政派)의 볼모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 어떤 정치권력이든 성서의 정신에 위배되는 반인권, 반복음적인 행태를 보이는 권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NO’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기독교의 정신입니다.

(2009.12.12)

hi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츲ҺڻȰ ⵵ ȸ ѱ⵶ȸȸȸ ()ظ ѽŴѵȸ μȸڿȸ ȸ б ѽŴб ûȸȸ ŵȸ ŵȸ ȸÿ ѱ⵶ȸȸͽ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