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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필중십원실(不可必中十原失)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3:14 13년전 4339  


                                                  불가필중십원실(不可必中十原失)



옛 선비들은 활쏘기를 통해 심신을 단련했습니다. 오늘날 스포츠화된 양궁과 달리 궁도(弓道)는 심신(心身)을 수양하는 수도(修道)의 한 방편이었습니다. 활 쏘는 법을 가르치는 사법(射法) 가운데 활이 맞지 않는 경우를 알려주는 불가필중십원실(不可必中十原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실(原失)이란 근본을 잃었다는 뜻입니다. 활쏘기의 근본을 잃어버리면 과녁을 맞힐 수 없다(不可必中)는 말이지요. ‘불가필중십원실’은 조선 정조시대 평양감영에서 간행한 사법비전공하(射法秘傳攻瑕)라는 사법교본(射法敎本)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사법비전공하’는 활 쏘는 사람이면 반드시 알아야할 사법(射法)의 상식과, 활쏘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저지르기 쉬운 잘못이나 어리석고 잘못된 생각을 고치는 법 등을 문답식으로 풀이한 사법(射法)의 지혜를 집약한 책입니다.  
이 책에서 꼽은 활이 과녁에 맞지 않는 이유 열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활이 설어도(生弓) 맞지 않고, 생소해도(生疎) 맞지 않으며, 활이 세고 살이 가벼워도(弓强矢輕) 맞지 않고, 활이 약하고 살이 무거워도(弓弱矢重) 맞지 않는다. 기(氣)가 교만하거나 뜻이 게을러도(氣驕志怠) 맞지 않고, 심신이 황홀해도(心神恍惚) 맞지 않는다. 너무 많이 쏴서 힘이 달리고 피곤해도(射多力疲) 맞지 않고, 자신의 탈을 알면서 고치지 않아도(見己之病不改) 맞지 않는다. 이기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심해도(好勝之心甚) 맞지 않고, 겁을 먹거나 나약한 마음이 생겨도(怯懦之心生) 맞지 않는다.

‘사법비전공하’가 꼽은 과녁을 맞히지 못하는(不可必中) 열 가지 이유 가운데 네 가지는 활과 화살의 결함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여섯 가지는 활 쏘는 자의 마음의 문제입니다. 마음이 교만하거나 혹은 나태하거나 과욕을 부리거나 반성이 없거나 지나치게 승부욕이 강하거나 거꾸로 마음이 유약한 경우 활이 과녁을 맞히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여섯 가지 경우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평상심(平常心)을 상실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활은 흔들리지 않아야 과녁을 맞힐 수가 있습니다. 손과 발, 그리고 눈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먼저 마음이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마음이 늘(常) 흔들림 없이 바르고(平) 곧아야 합니다. 그런 마음을 평상심(平常心)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균형(平)을 잃어버릴 때 과녁을 바라보는 눈빛이 흔들리고, 활과 시위를 잡은 손이 흔들리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반드시(必) 과녁을(中) 맞히지 못하게(不可)됩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양궁 여자결승전에서 중국 관중들이 자국선수 장쥐안주안이 활을 쏠 때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가 한국선수 박성현이 활을 쏠 때는 휘파람을 부르거나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 호루라기를 부는 등 스포츠정신에 어긋나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해서 세계인의 빈축을 샀습니다. 하지만 박성현의 주위를 흐트러뜨리고 마음을 흔들어 놓으려 했던 그들의 의도는 적중해서 박성현은 장쥐안주안에게 1점차로 역전패하고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마음의 중심이 흔들린 상태에서 쏘아올린 화살은 결코 과녁의 중심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불가필중십원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인생의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름 혼신의 힘을 기울이며 살아갑니다. 손과 발이 부르트도록 부지런히 일하고 애를 씁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기대와 달리 미처 목표에 다다르지 못하거나 애초에 의도하지 않았던 엉뚱한 결과를 맛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맞추고자 했던 과녁에서 벗어난 것이지요.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물론 활과 화살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불가필중십원실’에도 무려 네 가지의 경우가 활과 화살의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또한 결함이 있는 활과 화살을 선택한 그릇된 안목(眼目)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 역시 사람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과녁을 맞히지 못하는 모든 이유는 활을 쏘는 사람, 그의 마음에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일이  뜻대로 잘되어지지 않을 때 우리는 한번쯤 우리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교만한 마음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氣驕), 나태하고 게으르지는 않은지(志怠), 세상열락(世上悅樂)의 황홀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心神恍惚) 살고 있지는 않은지, 과욕을 부리고 있지는 않은지(射多力疲),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하며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으려하기 보다는(見己之病不改) 늘 세상과 타인을 원망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매사에 결코 남에게 지지 않으려(好勝之心甚) 아귀다툼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유약한 마음 때문에 인생의 도전을 두려워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怯懦之心生) 우리 자신의 마음을 한번쯤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과녁의 중심을 맞히는 화살은 우리 마음중심의 평정이 쏘아 올리는 것입니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

(200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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