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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그늘이 되어주면 안되겠는가?

김민수 (서울북노회,한남,목사) 2020-12-01 (화) 20:09 4개월전 514  
성서는 인간의 구원에 관한 진리를 담고 있는 책이지만, 역사적으로, 과학적으로 많은 오류가 있는 책이다.
하나님의 계시는 인간의 불완전한 생각과 지식을 통해서 알려지고 표현되고 기록되었다, 결국, 성서는 그것이 기록된 당시의 삶의 자리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서의 기록된 기술을 문자 그대로 사실, 내지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주장한다면 ‘문자주의’라고 할 수밖에 없으며, 문자주의적인 성서해석에 매여 있는 한 현실적인 토론은 불가능하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 집단의 극단적인 동성애 혐오는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가 처한 위기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개신교 내부의 부도덕과 무능으로 인해 발생한 위기를 반성하거나 회개하지 않고, 사회적 소수자를 악마화함으로 외부의 적을 만들고 내부를 결집하려는 시도를 반복해서 저질렀다. 과거에는 ‘반공이데올로기’가 그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동성애자’가 그 대상이 되었다. 좌파, 동성애자, 이슬람은 단골 메뉴가 된지 오래다. 좌파딱지붙이기와 이슬람 혐오의 약발이 떨어지고, 포차법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보수 개신교는 일제히 ‘동성애 정죄’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런 퇴행적인 시도가 성공을 거둘 리 없지만, 끊임없는 ‘동성애’ 악마화 과정에서 동성애자와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잘못된 지식과 정보는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미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동성애가 고칠 수 있는 정신질환이 아니라고 보고했으며, 현재는 의학적으로도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은 고쳐야할 질병도, 고칠 수도 없으며,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는 점에 전반적인 동의가 이뤄져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인간이 존재해 온 이래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는 늘 있었다. 인간뿐 아니라, 1500여 종에 이르는 동물에게서도 동성애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생물학자들에 의해서도 입증되었다. 성소수자는 존재하며, 성소수자는 다른 사람보다 더 부도덕하지도 않으며, 더 불법을 행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인간다운 것이 아닌가? 엄연히 존재하는 그들은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만 창조하셨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을 없는 존재로 낙인찍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성소수자들 역시도 여느 인간과 다르지 않게 존중받고 싶어 하고, 건강과 행복을 원하는 존재이며, 또 약하고 부서지기 쉽고 타락하기 쉬운 존재들이다. 이런 존재들을 향해 종교의 이름으로 ‘죄인’ 딱지를 붙이고, 차별과 폭력을 자행하면서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면, 하나님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는 절망으로 몰아넣는 ‘살인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나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기했으며, 이제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문자로 성서를 읽은 문자주의자들에 의해 사랑의 이름으로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

동성애를 죄라고 규정하며 특정성서 구절을 집요하게 적용하는 이들은, 다른 죄에 대해서는 그만큼 철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는 레위기의 정결법에 등장하는 음식에 관한 규정이나 성결법, 예수의 절대적인 이혼금지 명령이나, 일부다처제, 노예제, 여성차별을 정당화하는 구절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가 성서를 문자로 읽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서 ‘해석된 성서’를 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유독 ‘동성애’에 관한 것은 문자 그대로 적용하려고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제6차 세계가치조사(2010~2014)에 의하면, OECD국가 중에서 한국은 “나는 동성애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답한 이들이 77.6%라고 한다. 터기 83.5%에 이어 2위이며, 3.7%인 스웨덴보다 20배나 높은 수치다. 동성애자로 살아가기 가장 힘든 나라에 속하는 대한민국, 과연 이런 현실 속에서 교회는 그들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까? 최소한 ‘죄인’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일만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게시판에서 ‘포차법 반대, 동성애는 죄’라는 글을 읽을 때마다 성소수자도 아닌 내가 부끄러웠다. 
분명, 성소수자들 중에서도 기장게시판의 글들을 보는 이들이 있을 터인데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기장이라도 있어서 위로를 받았는데, 이제 “기장 너 마저도!” 이런 심정이 되어, 교회는 그들에게 비수나 휘두르는 폭력적인 집단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과연, 문자 그대로 ‘죄인’이라 낙인찍는 것이 신앙을 수호하는 일일까?

이제 좀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어주셨으면 좋겠다.
너무 순진한 바람인지 모르겠지만, 제발, 기장이라도 그들이 피할 그늘이 되어주면 안되겠는가?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박경미), 커밍아웃 스토리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개인 의견을 첨가한 것이다.
 ‘포차법’을 반대하시는 분들께서는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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