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거룩한 주일 예배를 마치고 인천 부평역에 청년들과 김창호 목사님, 이대영 전도사님이랑 송편을 준비하여 나가 보았습니다. 부평역에는 늘 노숙인들이 있던 대로 한 켠에서는 장기를 두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술판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거리노숙을 하는 사람에게 추석은 더 참기 어려운 기간이었습니다. 평상시에는 이곳 저곳에서 무료급식도 해 주지만, 추석에 봉사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줄 수 있을 때만 주는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듯 했습니다. 역시 전시적인 봉사의 한계를 보는 듯 했습니다. 엊그제부터 굶고 있었다고 합니다. 송편을 벤치 위에 놓자마자 여기 저기서 몰려 온 노숙인들이 맛있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한 참 이야기를 해 보니 역시 알콜이 가장 문제였습니다. 인권문제로 더 이상 노숙인들을 강제로 입소를 시키거나 알콜센터에 맡길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결국 이들은 스스로 추위를 이기고자, 그리고 늘 살아왔던대로 술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억눌린 자에게 자유를 선표했듯, 알콜로 억눌려 있는 이들에게 복된 소식을 전하고 싶었지만,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늘 민중과 함께 하셨던 주님, 그 주님을 내 마음에 모시기 위해 더욱 기도해야 할 일인듯 합니다. 독일 디아코니아, 미국 ARC, 일본 오사카...그 어느 곳도 해결책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제도와 정부의 지원은 늘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영적인 문제를 정부나 일반 사회복지사들에게 맡길 수 없듯이, 여전히 하나님 아버지의 눈길은 저들의 통곡과 가누지 못하는 인생을 두고 슬퍼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