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호 목사님의 글에 대한 개인적인 답변
김강호 목사님, 안녕하십니까?
제 자신을 소개하지 않더라도, 김강호 목사님은 저를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만, 이 글을 보실 다른 목사님을 위해 잠깐 제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곽운우입니다. 저는 김강호 목사님보다 한해 빠른 1996년에 한신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 신학과를 졸업하고 10년이 지난 뒤인 2010년도에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하였으나, 아직 졸업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목사님은 신앙 체험을 크게 강조하시는데, 저 또한 강력한 신앙 체험을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는 목사님처럼 체험의 확실성을 앞세워 신학적 시비를 가려야 할 문제들조차 덮어버리는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목사님은 체험을 중심에 놓고 목회에 전념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저는 체험으로 인해 한 때 제 삶을 저주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원을 했으며, 원인 모를 병으로 한 달간 중환자실에 입원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제가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님이 안수기도를 해주시면 병이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고 안수 기도를 통해 병 고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을 때, 그 목사님이 목회 경력 20년 만에 처음으로 저에게 신학대학 입학을 권유했을 때. 저는 목사님을 비웃으며, 신학대학에 가느니 차라리 자살하겠다고 저항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목사님은 제가 7년 후에 스스로 신학대학에 입학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 7년이 지난 1996년 저는 한신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지금부터 거의 20년 전인 1995년만 해도 예장 통합에서 기장의 신학대학에 간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오산리 기도원에서 난생 처음 3일 동안 금식 기도를 하던 중에 환상을 보았고, 한신대학교 신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한신대학교는 저에게 세 번째 대학이었습니다. 제가 한신대학교 입학을 결정하자 예장 통합 교회 장로로 시무하셨던 제 아버지와 어머니는 저에게 의절을 통보하였습니다. 저는 고향친구들이 십시일반 모아 준 돈으로 간신히 입학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이겨내며 우여곡절 끝에 2000년에 신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
저는 신학과에서 수학하는 동안 신학과 교수님의 수업과 성서 연구를 통해서 목자의 삶이 어떤 삶인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삶은 제가 꿈꾸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사가 되지 않기 위해 10년 동안 이리저리 도망을 다녔습니다.
그렇게 도망을 다니면서도 저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경험하였습니다. 제 아들이 출생했을 때, 그 아이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 했습니다. 아들을 살려주신다면 뭐든지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후 저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김강호 목사님은 방언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기도 중에 방언이 나오면 기도를 멈추게 됩니다. 제 기도가 방언으로 나오는 것을 자제하려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방언보다도 더 강한 체험이 많이 있지만, 저는 저의 신비한 체험들을 교회 성도들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교회 공동체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제가 경험한 것을 성급히 일반화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신비적 체험이 신앙의 일부일 뿐, 신앙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 목사님의 글을 보면, 목사님은 목사님의 체험을 절대시하여 교인들에게 똑 같은 체험을 갖게 하려고 노력하신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렇게 되면 교회공동체에서 목사님과 같은 체험을 갖지 못한 성도들은 소외될 것이며, 목사님 또한 교인들에게 좀 더 강한 확신과 경험을 갖도록 하기 위하여 다른 강력한 방법을 취할까 염려됩니다.
저는 한신대학교 신학과를 다닐 때 김 목사님과 한 방에서 함께 지낸 사람으로서 목사님처럼 신비적 신앙 체험을 앞세우고 이를 절대화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2013년 5월 5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 곽운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