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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주간에 읽는 시1] 우리 동네 목사님 - 기형도

김영일 (전남노회,목화성교회,목사) 2013-03-26 (화) 11:56 7년전 7264  
우리 동네 목사님 / 기형도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 있었다.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밟고 다녔다, 일주일 전에
목사님은 폐렴으로 둘째아이를 잃었다, 장마통에
교인들은 반으로 줄었다, 더구나 그는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며 찬송하는 법도 없어
교인들은 주일마다 쑤군 거렸다. 학생회 소년들과
목사관 뒤터에 푸성귀를 심다가
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었다.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
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 폐렴으로 아이를 잃자
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주에 그는 우리 마을을 떠나야한다.
어두운 천막교회 천장에 늘어진 작은 전구처럼
하늘에는 어느덧 하나둘 맑은 별들이 켜지고
대장장이도 주섬주섬 공구를 챙겨들었다.
한참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던 목사님은 그제서야
동네를 향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저녁 공기 속에서
그의 친숙한 얼굴은 어딘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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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기형도(19609-1989):
옹진군 연평도에서 공무원인 부친의 3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70년 연세대에 입학하여 문학동아리 '연세문학회'에 입회하여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1985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였고, 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안개>가
당선되었다. 1984년 중앙일보에 입사하여 정치부, 문화부, 편집부 기자로 일하면서
지속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1989년 첫 시집 출간을 준비하던 중 종로의 한 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 사인은 뇌졸중이었다. 29살의 요절이었으며,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이었으며, 유고 시집의 제목은 평론가 김현이 정했다. 5살 때부터 죽을 때까지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서 살았으며, 현재 경기도 안성시 천주교 공원묘지에 묻혀있다.
묘비에는 세례명 '그레고리'라 적혀 있다. 기형도의 무덤은 문학을 동경하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성지가 되었다. 시인의 요절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이후
기형도 신화를 빚어내기도 했다.
 
성경이 아니라 삶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시인의 잠언처럼...
오늘 성경에도 삶에도 밑줄을 그어 보는... 그리고...
예수의 삶과 정신, 예수의 기도(마6:9-13, 눅11:2-4, 요17장)에도
밑줄을 긋는 고난 주간이기를...^^
 
 
 
 
땅끝에서...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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